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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3년동안 전 연령대의 페이스북 이용자를 인터뷰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연구해 ‘페이스북 심리학’ 이 책을 썼다. 연구를 위해 그는 시카고의 혼잡한 인도에 커다란 표지판을 들고 나갔다. “소셜미디어에 대해 제게 이야기해주세요.” 미쳤나봐 수군거리는 사람들 속에 하나둘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곤 페이스북에 얽힌 사연을 털어놓았다. 누군가는 집적거리기, 질투, 관심끌기 등의 연애 스트레스를 받았다. 누군가는 공격적 포스팅에 시달렸고, 누군가는 우정을 잃었다.
우리 삶에 페이스북이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이었다. 우리는 이미 페이스북으로 인해 존재론적 위기를 경험하고 있었다. “만약 어떤 일을 했는데 그것을 페이스북에 올리지 않는다면 정말로 그 일을 한 게 맞는 걸까?”라고 착각할 지경. 혁신적인 이 소통의 도구는 가족과 친구와 연결해주고, 직업을 얻게 해주고, 디지털 세상에 나의 모든 것을 기록하게 해준다. 동시에 편집증도 선사한다. 사람들은 대화하지 않고, 뉴스피드에 뜬 토막 정보를 근거로 혼자 추측한다. 부정적 댓글에 분노하고, 상처받는다. 좋아요의 개수가 우리의 가치를 가늠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멋진 순간들만을 포스팅하고 진짜 순간은 걸러낸다. 참된 자기 삶을 공유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중하게 창조된 환상의 세계는 우리의 감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고통받으면서도 탈퇴하지 않는 이유는?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페이스북에 접속하지 않은 채로 48시간을 보내보기 전까지는 자신이 얼마나 페이스북에 중독되어 있는지 깨닫지 못한다”고 말한다.
상담자 중에 샘이 있었다. 샘은 어느날 공황상태에 빠져 전화를 걸어왔다. 약혼녀인 리사가 파혼을 선언했다면서. 그날 저녁 샘은 페이스북에 들어갔다가 리사가 자신의 상태를 ‘약혼’에서 ‘연애 중’으로 바꾼 것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연애 상대로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분노해 전화를 걸었지만 리사는 이미 지난 3개월간 사귀었으며, 이 사실을 둘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 상태를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이는 디지털 시대가 사람들의 대면 방식을 바꾸어 놓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대에 태어난 디지털 원주민)는 스스로 노출증 환자가 되어 알아서 감시받는다. 이들은 개인정보를 공개하는데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얼굴을 맞대는 대화, 전화, 신문, 우편 서비스 대신 이들은 스마트폰을 통한 문자, 사진공유, 게임, 화상채팅을 선택한다. 이 새로운 표현 형식은 페이스북을 존재의 일부로 만들어버렸고, 페이스북은 현실을 대체하게 됐다.
문제는 페이스북을 통해 만들어진 자아가 현실과 일치하지 않을때 인지부조화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 사회심리학자로서 저자는 페친이라는 관객 앞에서는 누구나 연기를 하게 된다고 말한다. 스스로 만든 무대위에서 사람들은 충격적인 글이자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대담하거나 노골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페이스북 페르소나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려 애쓰면 애쓸수록 실제로는 낮은 자존감과 우울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타인의 페이스북에서 결혼 휴가 등 행복한 사진을 본 뒤 대부분이 질투를 느끼며, 약 3분의 1은 자신에 대해 불만을 느낀다고 한다. 페이스북은 실제로 자존감에 타격을 준다.
그럼에도 왜 ‘가짜 인생’에 울고 웃을까. 이마누엘 칸트가 답을 준다. 그는 “자기 인식은 외부 존재들에게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우리는 오로지 다른 사람과 교류함으로써만 우리 자신을 알게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좋아요’에 그렇게 목을 매는 것이다.
‘친구 맺기’라는 말은 페이스북 같은 SNS로 인해 생겨난 말이다. 온라인상에서도 우정은 쌓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우정으로 발전하긴 힘들다. 친밀한 관계란 매우 복잡하고 노력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페친들과 실제로 교류해야 한다는 사회적 의무 없이 인정과 칭찬의 혜택만을 누리게 한다. 1000명의 친구를 자랑할 기회를 주지만, 그게 정말 자랑할 일인가. 관계맺기는 어려운 일임에도 페이스북은 이를 쉬운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왜곡으로 인간관계는 몸살을 앓는다. 인터뷰에 응한 수많은 이들이 페이스북으로 우정과 사랑이 엉망이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현실에서 하지 않을 말이라면 페이스북에서도 하지 마라”는게 저자의 답변이다.
마지막장은 처방전이다. 강박, 집착, 거짓말, 금단 증세 등을 보이는 중독자들이 온라인 세상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는 문제는 페이스북이 아니라고 말한다. 거의 모든 중독은 고통스러운 사건을 직시하지 않기 위해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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