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은 분노와 혐오가 가득한 언어들이 난무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질리 없는 삶을 산다는 뜻에서 젊은층은 스스로를 ‘5포 세대’(연애·결혼·출산·내집마련·인간관계 포기)로 명명했고, 그런 세대가 살아가는 사회는 ‘헬조선’이라는 슬픈 언어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런 세상이 ‘신(新) 계급사회’와 다를 바 없다는 의미에서 ‘수저 계급론’마저 부상한 실정이다. 그래서일까. 올 한해는 각박한 세상 아래 나의 자존을 세우고, 떳떳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실마리를 주는 책이 대거 출간됐다.
◆혐오와 수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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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장소, 환대
이 책은 ‘사회적 성원권’ ‘환대’ 등의 문제를 오랜 기간 연구한 인류학자 김현경의 첫 저서다.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에 들어와 사람이 됐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저자는 말한다. “사람은 일종의 자격이며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고 사람이 된다. 현대사회는 부와 계층에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건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타인에게 받는 대접을 통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물질적인 조건은 여전히 중요하다. 저자는 구조기능주의에서 탈피해 ‘사람’ ‘장소’ ‘환대’라는 세 개념으로 사회를 재정의한다. 김현경 지음, 문학과 지성사 펴냄
◆자존감의 여섯 기둥
저자는 60여년 간 ‘자존감’이라는 단어에 천착했다. ‘삶의 원리’에 대한 정체와 힘을 규명하기 위함이었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평생에 걸친 임상 경험과 연구 성과가 집대성돼 있다. 저자는 자존이란 삶에서 부딪치는 숱한 도전들에 대처할 수 있다는 믿음이자,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믿음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자존의 근원은 자신의 내면과 행동에 달린 문제이므로 타인의 행동과 반응에 의존한 채 내 자존을 찾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저자는 올바른 자존을 세우기 위한 기둥들을 제시한다. ‘의식적 삶’ ‘자기 수용’ ‘자기 책임’ ‘자기 주장’ ‘목적 있는 삶’ ‘자아 통합’이라는 여섯가지 실천이 그것이다. 너새니얼 브랜든 지음, 교양인 펴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2010년 ‘뉴욕 타임즈’는 올해의 단어로 ‘맨스플레인’을 꼽았다. 위키디피아는 이 신조어를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특히 남성이 여성에게 거들먹거리거나 잘난 체하는 태도로 설명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비롯해 젠더 불평등을 고찰한 저자의 산문 9편을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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