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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41)이 4년만에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애인의 애인에게’(예담)는 만남과 이별의 사중주를 그렸다. 백영옥은 ‘칙릿’소설의 대표주자로 꼽혀왔다. 첫 장편 ‘스타일’ 부터 ‘다이어트의 여왕’‘아주 보통의 연애’등을 통해 신세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왔다. 이번에도 역시 연애 소설이다. 배경을 뉴욕 예술계로 옮기고서.
성주라는 남자와 그의 연인 마리, 성주가 듣는 수업의 강사인 수영과 한국에서 유학 온 정인의 이야기다. 정인은 계획없이 사는 사람이다.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 이혼했고,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쓰고 유학을 온 것도 전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뉴욕에선 비자를 유지하기 위해 강의를 들었다. 강의실 옆자리에 앉은 성주와 우연히 아이폰이 바뀌었고, 아이폰에 저장된 그의 글을 읽는 순간 그가 좋아졌다. 정인은 사람을 좀처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다른 여자와 살고 있는 남자를 짝사랑하게 될 줄이야.
‘미스터 쉐도우!’ 성주는 빛을 찍는 사람이었다. 빛의 형태를 일정한 프레임 안에 가두고, 그것을 소리로 채집해 표현하는 작업이 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너를 미워하는 일. 이제부터 그게 내 새로운 직업이 될거야”라고 말하고 ‘사랑한다’는 말로 편지를 빽빽히 채우는 열정적인 갤러리스트 마리가 있었고, 불행한 결혼생활 속에 새롭게 다가온 성주의 사랑에 흔들리는 큐레이터 수영이 있었다.
소설은 3부가 각각 세 여자의 관점으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그려나간다. 세 여인을 묶는 공통분모이자 갈등의 진원지는 성주라는 한 남자다. 작가는 네 연인이 경험하는 사랑과 성공, 쓸쓸한 뒷모습을 주목하면서 상처와 실패를 통해 성숙해가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마리와 성주는 광포한 사랑끝에 씁쓸한 이별을 겪고, 정인은 성주를 짝사랑해 이별 여행을 떠난 성주와 마리의 빈 집에 잠시 세들어 살면서 남자의 흔적을 살펴본다. 이야기의 끝은 성주가 짝사랑한 수영이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 지나간 사랑이 남겨준 선물을 받게 되는 장면. 사랑이 떠난 자리에 남는 것은 이렇듯 연민이다.
이들의 사랑이 형성되고, 다시 허물어지는 과정에는 일과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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