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팬들이라면 주목하자. 오페라라면 소프라노 조수미의 낭랑한 ‘밤의 여왕 아리아’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 초보 관객도 함께 주목해보자. 다가오는 5월은 그야말로 오페라의 시즌이 될 모양새니 말이다.
오는 6일부터 한 달 간 이어지는 예술의전당 주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을 필두로 서울 전역에서 굵직한 오페라 공연이 10편 이상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유명 작품부터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수백년 전 초연된 작품이나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까지, 초심자와 마니아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오페라들이 융숭한 뷔페처럼 차려졌다. 제대로 골라 먹을 준비만 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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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카르멘’ |
오페라는 그 참맛을 알기까지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다고 인식되는 장르다. 세 시간을 훌쩍 넘곤 하는 공연 시간과 원어로 된 난해한 가사 탓일 때가 많다. 오페라 세계 입문을 희망하는 초심자에겐 단숨에 뇌리에 박혀 이내 흥얼거리게 만드는 강렬한 노래가 특효약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오는 4일부터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이탈리아 작곡가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은 입문작으로 안성맞춤이다. 무수한 성악가와 대중음악 가수들에 의해 불린 감미로운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을 극중 남자 주인공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 포크 가수 송창식이 이 곡으로 쎄시봉에 입문했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사랑의 묘약’은 마술적 소재를 토대로 젊은 남녀 간 사랑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대표적 희극 오페라인 만큼 가족 단위로 관람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특히 여자 주인공 아디나 역에 201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쥔 소프라노 홍혜란이 낙점돼 팬들의 기대가 크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도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한 오페라 두 편을 들고 왔다. 베르디의 영원한 걸작 ‘리골레토’(베세토오페라단)와 세계적으로 가장 자주 올려지는 작품 중 하나인 비제의 ‘카르멘’(글로리아오페라단)이다. ‘리골레토’에서는 국내 광고음악으로 전국민 귀에 익은 노래 ‘여자의 마음은 갈대’가 울려 퍼진다. 궁정광대와 난봉꾼 공작, 광대의 딸 사이에서 펼쳐지는 핏빛 비극이다. ‘하바네라’·‘투우사의 노래’ 등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카르멘’ 역시 희대의 팜므파탈을 둘러싼 비극적 치정을 그린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는 11일부터 열흘간 열리는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신선함 찾는 마니아라면…300년 된 바로크오페라부터 현대작까지
위에 언급된 유명 오페라들은 이미 수차례 섭렵한 마니아들에게도 이번 달은 특별하다. 국내 초연작만 2개인데다 전세계적으로도 자주 공연되는 편이 아닌 바로크 오페라와 현대작곡가들의 작품이 연이어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오페라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리는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는 1711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영화 ‘파리넬리’에서 주인공이 전율을 일으키는 미성으로 부르는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가 바로 이 작품에서 불린다. 십자군의 영웅 리날도와 약혼자 알미레나, 이들의 적인 이슬람세계의 왕 아르간테와 그의 연인인 마법사 아르미다 4명의 인물 간 얽히고설킨 사랑이 중세 특유의 환상적 소재들과 어우러지며 해피엔딩을 맞는다. 9년 전 이탈리아 라 스칼라극장 프로덕션으로 ‘리날도’를 국내 초연했던 한국오페라단이 로마극장·베로나극장 출신의 마우리지오 마티아를 총연출로 삼아 이번에 다시 올린다.
국립오페라단은 체코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루살카’와 비발디의 대표적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를 국내 무대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루살카’는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의 내용을 모티프로 하며 주인공 루살카의 서정적 아리아 ‘달님에게’가 가장 유명하다. 김학민 국립오페라단장은 “대중성과 예술성이 함께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며 “인어공주라는 소재는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작품의 내용과 음악은 굉장히 심오하다”고 밝혔다. 1714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초연된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중세시대 기사 오를란도와 마녀 에르실라, 기사 아르질라노 등 극중 인물 간의 복잡한 ‘6각관계’를 그린다. 관현악곡으로 너무나 유명한 비발디이나 그의 오페라는 유럽에서도 자주 오르
이외에도 강숙자오페라라인은 미국 현대작곡가 세이무어 바랍의 ‘버섯피자’, 자인오페라앙상블은 국내 작곡가 성세인이 괴테의 동명 단편소설을 토대로 쓴 ‘쉰 살의 남자’등 소극장 오페라를 공연한다.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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