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뮤지컬 배우 유리아가 ‘키다리 아저씨’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유리아는 무대 위에서 존 그리어 고아원 맏언니에서 성숙한 여성으로 성장하는 제루샤 애봇을 누구보다 사랑스럽게 표현해, 공감과 동시에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한다.
유리아는 앞서 ‘김종욱 찾기’ ‘블랙메리포핀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쓰루더도어’ 등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이번에 오른 ‘키다리 아저씨’는 진 웹스터(Jean Webster)의 대표적인 명작 소설 ‘키다리 아저씨’를 원작으로 한다. 제루샤 애봇(이하 제루샤)은 엉뚱하다고 여겨질 만큼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면을 지닌 인물로, 긍정적이고, 자립성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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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달컴퍼니 |
유리아는 청아한 목소리와 맑은 눈빛에서 시작해, 점차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하는 제루샤의 성장을 마치 소설 속에서 상상한 인물을 무대 위로 끄집어낸 듯 생생하게 표현했다. 더불어, 무대 위 그 사랑스러운 제루샤를 마주하듯, 실제로 만난 유리아는 ‘성장’과 ‘사랑’ ‘노력’이라는 키워드가 딱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하늘에서 뚝 떨어져 뮤지컬 배우가 된 듯 했지만, 유리아는 차근차근 꿈을 향해 내공을 쌓은, 속이 꽉 찬 알토란같은 배우였다.
“‘렌트’ 앙상블부터 해서 이 자리까지 왔어요. 제가 앞서 가녀린 역할을 많이 했는데, 사실 전형적인 공주, 주인공보다 매력 있는 인물이 더 좋아요. 예를 들어 ‘백설공주’에서 백설공주보다 마녀가 더 끌리죠. 인어공주는 공주더라도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거 같긴 하지만요(웃음).”
그런 유리아가 ‘키다리 아저씨’무대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유리아와 제루샤 에봇은 참 많이 닮아있었고, 이는 관객들을 감화시키는 힘이 됐다. 바로 ‘성장’의 지점이 그 하나였다.
“제 목소리로만 편하게 하면, 제루샤의 성장 과정이 제대로 살지 않을 것 같았어요. 소녀에서 어엿한 여자가 되어야 하는 데 말이죠. 초반부터 톤이나 말투, 뉘앙스를 편하게 하면 안 될 거 같아서 택한 것이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에요. 2막에는 더 제 목소리를 냈어요. 변화를 준 거죠.”
‘키다리 아저씨’는 2인극 일뿐더러, 무대 전환이나, 퇴장이 없다. 항상 관객들의 시야에 두 배우가 있고, 두 배우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또 호흡을 맞춘다. 여간 쉽지 않은 부분이다. 배우가 노래와 대사 등의 기본적인 부분 말고도 무대 위에서 ‘해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다,
“정말,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할 게 많아요. 생각하고, 계산할 것도 많고, 또 환상을 깰까 봐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아요. 배우가 단둘이고, 무대에 오르는 사람도 단둘이잖아요. 게다가 무대 전환도 없으니까요.”
게다가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의상도 갈아입는다. 보물상자를 떠올리게 하는 박스 안에는 다양한 소품들이 들어있고, 이는 매 장면마다 달라진다. 보는 이들이야 신기하지만, 이를 해내는 배우 입장은 어떨까.
“물론 대사 외우기도 어렵지만, 처음에는 트렁크(보물상자 모양)로, 다음 장면 가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나머지 공부처럼 상자를 그리면서 연습도 했어요(웃음). 연습 기간이 정말 행복했지만, 밤에 울기도 많이 했어요. 공연은 다가오는데, 전 첫 공연도 완벽해야 하니까요. 리허설 끝나고, 연출 앞에서 엉엉 울고 말았죠.”
특히 ‘키다리 아저씨’는 편안한 넘버들의 향연으로 행복함을 느끼게 한다. 두 배우의 화음 뿐 아니라, 속마음을 담은 곡이나,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장면 등, 장면의 감성과 잘 맞아떨어진다. 유리아는 좋아하는 넘버로 ‘행복의 비밀’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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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아의 말대로, ‘키다리 아저씨’는 눈앞에 상상한 것을 그려내고, 행복한 미소가 절로 흘러나오게 하는 힘이 있다. 어떠한 영상이 나오지 않아도, 상상력을 자극한다. 화려함이나, 인위적인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감정을 건드리는 작품의 순수함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유리아에게 ‘키다리 아저씨’는 누구일까. 유리아는 주저하지 않고 ‘키다리 아저씨’ 연출 넬 발라반을 언급했다.
“정말 넬이 없었으면 못해냈을 것 같아요. 오픈 전날까지도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말이죠. 제가 만났던 연출 중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감사한 마음이죠. 제가 맘껏 표현할 수 있게 펼쳐줬어요. 라이선스 작품인데, 이렇게 제한을 둔 적은 없었어요. 감정적인 장면에 대해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해줬죠. 제 의견에도 ‘좋은데 한 번 해보자’라고 맡겨줬어요.”
유리아의 고민과 넬 발라반 연출의 믿음이 더해져, 더 없이 사랑스러운 ‘키다리 아저씨’가 탄생한 셈이다. 라이선스가 아닌, 창작뮤지컬처럼 느껴지는 점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
“그래도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