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배우 김예원을 생각하면 왠지 얄밉거나, 욕을 차지게 한다거나, 누구보다 명랑한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영화 ‘써니’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 ‘로맨스가 필요해’ ‘예쁜 남자’ 등 다수 작품 속 캐릭터 모습이 진하게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김예원은 조용조용하지만, 속은 뜨거운 천생 배우였다.
김예원이 ‘잭 더 리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잭 더 리퍼’는 1888년 런던에서 일어난 매춘부만 노리는 미해결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려는 형사와 살인마, 살인에 연루되는 외과의사와 특종을 쫓는 신문기자의 이야기를 치밀한 구성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김예원이 맞은 글로리아는 매춘부지만, 사랑에 빠지면서 희망과 파국을 모두 맞는 인물. 감정의 변화가 커, 그만큼 감성적일 수밖에 없고, 더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잭 더 리퍼’는 걱정을 많이 한 작품이에요. 앞서 몇 작품 못했지만, 팝적인 음악이었거든요. 이번에는 정통 뮤지컬 음악이고, 음역, 느낌이 많이 다르거든요. 사실 제가 뮤지컬 발성을 배운 게 아니라, 흉내라고 할 수 없지만요. 다른 뮤지컬 배우처럼 오랜 시간 무대에 오른 것도 아니고, 그 시간을 채울 수도 없잖아요. 제 안에서 제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에서, 채웠죠. 안 쓰던 성대를 써서, 목이 쉬기도 했지만, 이 역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굳은살이 생겨야 한다고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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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할 몫을 채우지 못함에 억압을 받았어요. 안 채워진다는 부분을 어떻게 채울까. 내가 정말 깜짝 놀랄만한 성장으로 기적을 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되, 연기적으로 더 어필하려고 했어요. 감정적으로 더 다가가고 싶었어요.”
작품에서 인물로서 채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김예원은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자신의 부족함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이는 곧 가능성으로 발휘됐다. 김예원은 영리하게 자신의 강점인 연기를 더 내세웠고, 사랑스러운 모습부터 심금을 울리는 감정까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저는 캐릭터를 볼 때, 인물의 슬픔에 더 집중해요. 그래야 더 빨리 이해하고, 인물에 더 다가갈 수 있고, 내 마음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글로리아는 매력적인 인물이에요. 짧게 만난 상대지만, 사랑에 빠지고, 또 큰 상처를 받고 파국으로 치닫잖아요. 그 시너지에 제일 신경을 많이 썼어요. 취조실 장면에서도 글로리아의 폭발하는 감정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넘버 자체가 폭발적이기도 하고요.”
글로리아의 감정에 접근했기 때문일까. 김예원이 분하는 글로리아는 너무나 애처롭다. 당당하고 사랑스럽던 모습에서, 희망에 찬 모습, 그리고 사랑에 상처를 받고 파국으로 치닫고,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만 봐야 하고,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맺을 수 없는 인물 말이다. 실제 김예원과 글로리아는 얼마나 닮아있을까.
“1막 초반에 드러나는 글로리아는 당돌하고 겁 없고 모험적인데, 저와 다른 모습이에요. 저는 모험적이기 보다는 익숙한 것을 더 찾는 편이고 선을 잘 넘지 않거든요. 하지만 1막 마지막부터 2막까지 사랑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은, 많이 비슷하게 느꼈어요.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고, 사랑을 오래도록 담고 있고, 사랑에 많이 흔들리고, 휘청이는 모습이요. 그래서 글로리아에게 연민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사랑’에 뜨거운 글로리아와 많이 닮은 김예원. 그래서인지, 조곤조곤 말을 내뱉는 모습에서도 힘이 느껴진다. 뜨거운 열정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상대의 마음을 울리는 그의 모습 말이다.
“첫눈에 빠지는 사랑이요? 물론 가능하다는 생각이에요. 첫눈에 뜨거운 사랑이든, 시간이 갈수록 뜨거운 사랑이든 뜨겁지 않으면 그게 사랑일까요? 안정적인 만남이었다고 생각한 사랑도 돌이켜보면 뜨거웠던 것이었더라고요. 그 안정감도 뜨거울 만큼의 큰마음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