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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기자들과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8)의 목소리는 감격과 흥분에 젖은 듯 이따금씩 떨렸다. 어느덧 일흔을 바라보게 된 거장은 올해 평생의 숙제를 해내기로 결심했다. 클래식 음악사상 불멸의 역작 중 하나로 꼽히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전곡을 연주인생 최초로 무대에 올리고, 음반에 담기로 한 것이다. 소나타와 파르티타(바로크시대 변주곡의 일종) 총 6곡으로 구성돼 연주시간만 2시간 반이 소요되는 이 작품은 연주자의 최고도 테크닉과 체력, 집중력을 요구하는 대곡으로 ‘바이올린의 구약성서’라는 별명을 갖는다. 이날 워너클래식에서 발매된 그의 바흐 무반주 전곡 앨범은 2001년 거장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빈필과 브람스 협주곡을 녹음한 이래 15년 만에 내놓는 정경화의 신보라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뜨겁다.
“바흐의 음악은 너무나 순수하고 깨끗하며 영원불멸해요. 지구상 어떤 장소, 어느 우주에서라도 그의 음악은 모든 영혼을 달래고, 즐겁게 하고, 꿇어앉힐 수 있죠. 13살 때 줄리어드에서 바흐를 처음 배운 이래 오늘까지 단 한 번도 바흐를 제 마음에서 놓은 적이 없습니다.”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동양인 연주자가 드물던 1967년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깜짝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정경화는 1970년 런던 페스티벌홀에서 가진 유럽 데뷔 무대를 기점으로 ‘동양에서 온 마녀’라는 별명을 얻으며 단숨에 세계 클래식계의 별로 떠올랐다. 앙드레 프레빈, 버나드 하이팅크,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 거장들이 이끄는 최정상 악단들과 협연하고 여러 전설적 명반들을 남기며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오던 그에게 일생의 시련이 닥친 건 2005년 께였다. 손가락 인대 부상으로 인한 통증이 지속되며 예정됐던 공연마저 모두 취소해야 했던 그는 결국 이후 5년 간 바이올린을 잡을 수 없었다. “은퇴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걸 잊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강아지들과 시간을 보냈죠. 복귀해서 지금 이 순간 제 평생의 꿈을 이루게 된 사실이 그저 기적만 같습니다.”
2010년 재기에 성공한 이래 아시아 15개 도시 투어, 데뷔 무대였던 런던 페스티벌홀 공연 등을 거치며 워밍업을 거친 그는 올해와 내년 어느 때보다 의욕적인 활약을 보이고 있다. 한 번도 제대로 해내기 힘든 바흐 무반주 전곡 프로그램으로 지난 여름부터 세계 12개 도시 투어를 준비했다. 내년 5월에는 카네기홀 복귀 무대도 잡혀있다. 몸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당장 돌아오는 대답은 “끄떡 없습니다, 하하.”
“나는 연주를 하기 위해 태어났어요. 63년 동안 슬럼프는 말도 못하고 온갖 경험도 다했지만 결국 난 바이올린에 미친 사람이에요. 내려오는 순간 숨이 꼴깍 넘어갈지언정 무대 위에서는 힘이 펄펄 솟는다니까요.”
그간 과르네리 델 제수 ‘로데’를 악기로 주로 사용했던 것과 달리 내달 19일 열릴 바흐 무반주 전곡 리사이틀에서 간만에 스트라디바리우스 ‘킹 맥스’를 연주할 예정이라고 밝힌 그는 “오랜만에 스트라디바리우스로 돌아와 몹시 흥분이 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악기를 손에 쥐지 않을 때에는 요하네스와 클라라라는 강아지 두 마리와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이다. 사랑하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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