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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주 작가. <한주형기자> |
소설가 고은주(49)가 돌아왔다. 오랜 휴식기간 끝에 내놓은 장편소설 ‘드라마 퀸’을 통해서다. 그간 문예지에다 단편은 써왔지만 장편으로 복귀하는 건 꼬박 10년 만이다.
지난 21일 서울 필동 한 찻집에서 만난 그는 “그저 일상에 충실한 생활인으로 보냈다. 언론 인터뷰는 11년 만”이라며 운을 뗐다. “지난해 문학사상의 제안으로 장편 연재를 시작했어요. 1999년 첫 장편이 나오고 2005년까지 매해 한 두 권씩 책을 냈었는데, 시간 참 빠르네요.”
진주 MBC 아나운서 출신인 고씨는 1995년 단편소설 ‘떠오르는 섬’으로 등단했다.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첫 장편 ‘아름다운 여름’은 “정확한 문장으로 주인공의 일상과 내면을 섬세하게 그렸다”며 찬사를 받았던 바. 이후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2005년 이래 긴 공백기를 보냈다.
고씨는 “늦둥이가 태어나고 자의반 타의반 잠시 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현재 그는 슬하에 대학생과 고교3학년 두 딸과 초등학생 아들이 있다. “양육에 전념하다보니 마흔이 훌쩍 넘었어요. 체력도 달렸고요. 사실 지쳤던 거죠. 막내를 학교 보내면 그때 다시 하자 했는데 다행히 그게 실현됐어요.”
‘드라마 퀸’의 첫 문장은 이렇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여자가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여자, 드라마를 그저 즐기기만 하는 여자.” 소설은 40대 중후반 여성들의 삶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권태로운 일상을 견디듯이 사는 주부 은하. 초등학교 동창회에 간 그는 두 친구의 삶을 오랜기간 선망했음을 알게 된다.
이혼 후에도 화려한 자유연애를 즐기는 유채, 아나운서·프리랜서 MC 등을 거쳐 멋진 칼럼니스트로 일하는 미주. 하지만 은하는 차츰 이들의 삶이 그리 대단한 것만은 아님을 깨닫고, 제 삶의 주인공이 되어간다. 고씨는 “40대 후반쯤 되니 행복은 주어진 조건에 만족하고 남과 비교하지 않을 때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고씨의 문체는 담백하고 서정적이다. 마지막 문장까지 쉽고 편안하게 술술 읽힌다. 그는 “지난 10년은 어떻게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갈지 모색하던 시기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점점 소설도 대중적이고 영화 같은 매체와 결합할 때 각광 받는 것 같아요. 많이 고민했고 결국엔 더 대중과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제 단편 ‘칵테일 슈가’의 영화화 제안을 선뜻 수락한 것도 그래서에요.”
고씨는 주로 남편이 출근하고 세 자녀가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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