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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셀러 '자존감 수업' 저자 정신과 전문의 윤홍균씨. <사진=이선명씨 제공> |
'자존감'이라는 화두가 뜨겁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부족하고 열등하다는 패배의식에 시달리는 시대의 모습과도 맞물려 있다. 정신과 전문의로 '자존감 수업' 이라는 책을 펴낸 윤홍균 씨는 자존감은 과거부터 중요한 심리학 개념이었는데 현재 우리 사회가 자존감의 중요성을 발견하고 각자의 삶에 적용하려는 중요한 지점에 와 있다고 말한다. 자존감에 대해 관심이 급증하면서 그의 책도 5개월 만에 23만부가 팔리며 열풍을 이끌고 있다. 자존감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기에 대해 윤홍균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존감이란 '내가 나에게 얼마나 만족하는가'에 대한 개념입니다. 과거엔 돈이나 명예가 행복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개인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삶의 만족도를 측정하는 기준이죠. 이러한 변화로 인해 자존감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키워드가 됐습니다."
윤 씨는 자존감은 인생의 모든 국면에 적용되지만 직장에서 가장 많이 시험당한다고 말한다. 그는 "서로 경쟁하는 조직에 오래 몸 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험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취준생부터 계약직 사원, 워킹맘, 감정노동자 등에 이르기까지 자존감을 도둑질해가는 직업이 점점 많아지는 환경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직장생활로 인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죠. 잘 나가는 CEO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직장인들은 회사를 꿈을 이루는 곳이라고 믿었다가 그 생각에 금이 가는 순간 괴로워합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회사의 많은 문제를 곧 자신의 문제로 치환하죠. 직장과 개인이 분리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윤 씨는 이에 대해 직장은 나의 노동력과 감정을 투여하는 만큼 돈으로 보상받는 곳이지, 내 삶을 송두리째 바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우리는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직장은 일하고 월급을 받는 일터일 뿐이죠. 직장과 개인을 잘 분리하기 위해선 직장의 어려움을 집으로 가져오지 말아야 합니다. 또 하나, 직장과 직업을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직업은 마음에 들지만 직장이 나랑 안 맞을 수도 있고, 직장은 좋은데 직업 자체가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내 전체의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는 또 한국의 50~60대 남성들이 가족의 포용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직장과 가정에서 밀려나는 우울한 현실을 언급하며,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역할에 맞는 행동과 비전을 세우라고 권했다.
"직장에서 문제가 있으면 회의하는 것처럼 이러한 투자의 반의 반 만이라도 가정에 투자하세요. 그렇다면 가정은 지금보다 훨씬 더 건강해질 수 있죠. 퇴근 후엔 가정에 에너지를 쏟으세요.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노력이 가장 확실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윤 씨는 또 직장인의 고달픔 이외에도 취준생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도 드러냈다.
"직장인의 비애라도 겪었으면 좋겠다는 그들의 자조섞인 말이 가슴을 칩니다. 지금의 청년 세대를 비난하는 건 무책임합니다. 이들에겐 개인의 잘못이 아닌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 자책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 시기를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면 그 다음엔 또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있을 거란 희망을 버리지 말았으면 합니다."
윤 씨는 자존감에 대해 상담해주는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도 자존감이 곤두박질치는 경험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자존감 수업' 책을 쓸 때도 이러한 고통이 자신을 따라다녔다고 고백했다.
"가능하면 피하고 싶지만 결코 다 피해갈 수 없는 게 인생입니다. 도망가고 싶지만 끝까지 피하지 않는 것이 큰 용기였죠.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이라는 정글을 버티고 있는 슬픈 사자죠. 가끔 예기치 못한 공격에 중심을 잃기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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