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한에 있는 저항 작가로 알려진 반디. 필명은 반딧불이처럼 북한의 암흑을 밝히려는 작가의 의지가 담겨 있다.
목숨을 걸고 반출한 반디의 원고는 2014년 처음 국내에 선보였지만 당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소설의 문학성은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고 프랑스 3개국에서 번역돼 호평받았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맨부커상을 공동 수상한 데버러 스미스가 번역한 영국판은 지난해 말 영국 펜(PEN) 번역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몰래 피임약을 먹고, 자신이 출근한 뒤에 또 밥을 짓는 아내를 의심하는 남편, 여행증 없이는 이동이 금지된 상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노모의 임종을 지키려는 아들, 창밖으로 보이는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초상화에 경기를 일으키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 큰아버지로 모시는 이에 대한 믿음과 당에 대한 충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재원, 배우인 아들이 보여준 현실의 부조리극 앞에 혼란스러워하는 아버지. '고발'에 수록된 일곱 편의 이야기에는 북한 체제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져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치는 끔찍한 부조리, 완전히 고립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간접 체험과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유지할 수 있는 인간의 생존력에 초점을 맞춘다.
![]() |
'이재명은 합니다'는 정치인 이재명의 첫 자전적 에세이. 우리가 몰랐던 이재명이라는 사람의 내밀한 삶과 생각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책은 공장에서 일하며 고참들에게 구타를 당하기도 하고 사고로 왼팔에 장애를 입기도 하면서 두 번의 자살시도를 할 만큼 어려웠던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거침없는 그의 행보는 밑바닥부터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짐작되는 부분이다. 두 번의 자살 시도와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 사법고시까지 통과하면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등 고난과 극복의 시간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 |
사람과 사람 사이, 다 알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난생처음 보는 사람보다도 더 낯설게 느껴지니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벌거숭이들'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섬세하게 조명한다. 소설은 주인공인 치과의사 모모의 친구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한다. 동시에 모모는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던 오랜 연인과 헤어져 아홉 살 연하남과 사귀게 되면서 삶에 새 국면을 맞는다. '냉정과 열정 사이' '반짝반짝 빛나는' 등을 통해 연애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 많은 팬을 거느린 작가는 민감한 역학을 세련된 필치로 그려냈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심리를 깊이 파고드는 작풍이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남자 친구, 여자 친구, 부인, 남편, 엄마, 아빠 등 사회는 이름을 붙여 서로를 규정하려 해도 우리는 결코 서로를 완벽하게 알 수 없다. 불안정한 관계들 사이를 떠돌다 마주하게 되는 당혹감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여 즐기는, 거리낄 것 없이 당당한 벌거숭이들을 이 책에서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읽으면 읽을수록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더 혼란스러워진다.
![]() |
1784년, 조선의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에서 검서관(檢書官)으로 일하던 37살 청년 유득공은 '발해고'를 세상에 내놓는다. 청나라가 중화질서의 중심으로 등장한 뒤 소중화주의와 북벌론에 안주하고 있던 조선 사회에서 발해를 우리나라 역사에 편입해 통일신라와 발해가 남북국시대를 이뤘다는 사실은 지식층을 흔들었다.
'발해고'는 한치윤ㆍ홍석주ㆍ정약용ㆍ김정호 등 당대 조선의 진보적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발해에 관심을 갖게 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우리에게 알려진 발해고와 달리 이번에 번역된 발해고는 4권 본으로, 유득공이 상당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쓴 개정판이다. 그의 문집 '영재서종'에 남겨진 기록을 도서 소장가 심의평이 필사해 전한 판본이다. 해의 역대 인물을 다룬 '신하고'의 경우 1권 본에 없는 32명이 새롭게 등장하고 발해의 지리를 설명한 '지리고'를 4권 본에서 거의 다시 쓰다시피 했다. 외교문서를 다룬 '예문고'는 당나라 현종이 발해 무왕에게 보낸 서한 4개를 추가했다.
![]() |
갑작스러운 버스 사고로 아내를 잃은 인기 소설가 쓰무라 케이. 아내에게 더 이상 사랑의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았던 그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주변의 눈을 의식해 슬픈 척 연기를 한다.
니시카와 미와의 장편소설 '아주 긴 변명'은 특유의 세밀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데뷔 이래 직접 쓴 오리지널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었고 시나리오를 소설화해 두각을 나타낸 작가답게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소설은 사고로 아내를 잃은
제153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며, 2016년 서점 대상 4위에 오르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았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