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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正), 반(反), 합(合). 통합과 나아감의 시어들이 이어진다. 케케묵은 이분법은 없다. 경계 허물기, 그로 인한 포용과 각성과 깨달음이 있을 뿐.
"웃음의 절정이 울음이란 걸 어둠의 맨 끝이/ 빛이란 걸 알고 난 뒤 내 독창이 달라졌다// 웃음이란 이따금 울음을 지불해야 터질 수 있다는 생각/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별처럼/ 나는 골똘해졌네"(같은 시)
시인 천양희(75)의 새 시집 '새벽에 생각하다'(문학과지성사)가 세상 밖에 나왔다. 등단 52년째를 맞았지만 지금도 "죽을 때까지/ 평생 시를 찾으려고/ 몇 세제곱미터 안을 맴돌아야"(시 '맴돌다' 부분) 하는지를 고민했던 시인의 61편 시(詩)다.
시인은 '그때'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경찰을 피해 잽싸게 골목으로 숨던/ 그때"를 생각하고, "우산도 없이 얼굴을 묻던/ 그때"를 생각하고, "슬픔에 비길만한 진실이 없다고 믿었던/ 그때"를 생각한다. "가난을 생각하며 '살다'에 밑줄 긋던/ 그때"를 생각하고, "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던/ 그때"를 생각한다. 그런 다음 쓴다. "돌아보면 그때가 절정이다"(시 '그때가 절정이다' 부분)
반복과 중첩이 자아내는 '말맛'이 일품이다. "내면에서 신비롭게 걸어 나온 말맛"(시 '시작법'(詩作法) 부분)으로 하여금 시인은 "쓸 수 없는 것을 위해" 쓰고, 세상의 실체에 바짝 다가간다. "더 확실해진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같은 시)
"나는 시인인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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