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칸영화제는 평단의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낸 작품이 거의 없었다. 다르덴 형제, 짐 자무쉬, 올리비에 아사야스 등 거장 일색이던 지난해보다 다소 미적지근했던 지난 12일이었다. 세계 각지의 영화인과 관광객들로 여전히 문전성시였지만, 2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 소식이 영화제 현장을 강타하면서 예전처럼 떠들썩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올해 칸의 큰 주목거리였던 건 단연 넷플릭스 논란이었다. 그 논란의 중심에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560억원)을 들인 영화이자 봉준호 감독의 여섯 번째 영화 '옥자'가 놓여 있었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배급방식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영화제 내내 이어졌고 칸을 한바탕 토론의 장으로 만들었다. 개막일인 17일(현지시간) 심사위원장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넷플릭스 영화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표한 것이 논란 점화에 기름을 부었다.
전통적 극장 상영이 아닌 동영상 스트리밍 방식의 넷플릭스 영화라는 점과 올해 칸 경쟁부문에 처음 진출했다는 점 등은 '옥자'의 수상에 여러모로 불리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봉 감독의 '옥자'와 더불어 경쟁부문에 진출한 넷플릭스 영화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감독 노아 바움백) 또한 무관에 그쳤다는 점에서, 칸이 넷플릭스를 꽤나 보수적으로 보고 있음이 드러났다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넷플릭스영화 논란을 계기로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내년부터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만 경쟁부문에 초청하기로 관련 규정을 바꿨다. 영화계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기술 발전으로 야기된 전통과 현대적 배급방식의 충돌"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당장 내달 28일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영화'옥자' 가 개봉될 예정이여서 이같은 논쟁은 다시 불붙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금종려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홍상수 감독의 '그 후'가 불발에 그쳐버린 건 조금 애석한 일로 다가온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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