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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첫 장은 태초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거의 140억 년 전인 태초에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전체 시공간, 물질 그리고 에너지가 이 문장 끝에 찍힌 마침표의 1조 분의 1보다 작은 부피 안에 온통 다 뭉쳐 있었다."
칼 세이건의 후계자로 불리는 천체 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날마다 천체 물리'를 통해 천문학에 무지한 현대인을 위로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머리맡에서 들려주는 옛이야기처럼 친절하게 대폭발 이후 우주 진화의 역사부터 뉴턴의 역학과 상대성 이론, 우주 팽창 속도를 지배하는 암흑 물질 등을 알려준다.
2000년대 들어 천체 물리학 분야에서만 6개의 노벨 물리학상이 배출되는 등 현대 천문학의 위상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어려운 분야라는 점을 방증하듯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출간돼 6개월 만에 110만 부가 팔려나갔다.
잠들기 전 하늘을 보며 머리맡에 놓아두고서 천천히 읽어 나가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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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이 대중화한 만큼 여성의 기회와 권리는 높아졌을까. 1995년 페미니즘 잡지 비치(Bitch)를 창간하고 20년 넘게 페미니즘에 대한 글을 써온 앤디 자이슬러 신간 '페미니즘을 팝니다'를 통해 "페미니즘 운동의 전진을 위해 필요한 사안들은 오히려 퇴보를 거듭했다"고 지적한다.
페미니즘이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해 껍데기만 소비될 뿐 알맹이를 잃었다며 정치 사회의 담론이 아닌 개인의 경험과 자아실현에만 초점을 맞추는 페미니즘으로 전락했다고 설명한다.
페미니즘 문구가 티셔츠, 스마트폰 케이스, 에코백 등 상품에 멋스러운 상표처럼 등장하고 국내외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페미니스트 선언을 이어가지만 이처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이미지만 남고 성폭력과 남녀 임금격차, 육아휴직 등 복잡한 문제는 파고들지 않는 식이다.
저자는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본질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는 최근 우리 사회에 거세게 확산되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에도 적용된다. 변질 논란에도 결국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으로 귀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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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사회 문제로 등장한 지 오래다. 국내 치매 환자 70만 명, 65세 인구 중 약 10%의 수치다. 2050년에는 노인 인구의 16.8%, 여섯 명 중의 한 명이 치매 환자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완치는커녕 아직 치료제 하나 없는 실정에서 예방이 최우선이다. 30여 년간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퇴행성 질환을 연구해온 세계적 권위자가 알아낸 예방법은 생활습관 개선으로 젊고 건강한 뇌를 되돌리는 것이다. 알츠하이머와 맞서 싸울 수 있는 36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리코드(ReCODE) 프로그램, 즉 개개인의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알츠하이머는 작은 단백질 조각인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쌓이면서 신경섬유가 엉키는 치매인데, 수면·운동 부족과 스트레스, 육류·설탕의 과다 섭취, 음주·흡연 등 잘못된 생활습관을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100세 시대. 건강수명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더 젊게 더 건강하게 그래서 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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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시의 양심이자 모더니즘 미학의 선구자인 김수영 작고 50주기를 맞아 전집이 새로 나왔다.
1981년 초판 발행 뒤 37년 만이고, 2003년 개정판으로부터는 15년 만인데 기존 전집에 빠졌던 시 7편과 미완성 초고 시 15편, 그리고 산문 22편과 일기 21편, 편지 1편이 추가됐다.
미발표 시 '겨울의 사랑' '연꽃' '"김일성 만세"'와 개정판 뒤 발굴된 '음악' '그것을 위하여는' '태백산맥' '너… 세찬 에네르기'이며, 미완성작 15편은 '애(哀)와 낙(樂)' '탁구' '대음악' 등 제목을 붙인 6편과 제목이 없는 9편이다.
산문은 '해군' 1953년 6월 호에 '시인이 겪은 포로 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과 '희망' 1953년 8월 호에 발표한 '나는 이렇게 석방되었다' 등 1950년대 초중반의 글들이다. '민족일보'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언론인 송지영한테 보낸 1967년 11월26일치 편지와 일기 등도 만날 수 있다.
전통 서정을 중시하는 한국시협상의 1회 수상자인 김수영은 파격적 시풍을 구사하며 종교적·초월적 고뇌도 많이 한 시인이었다. 작년 김수영문학상 수상자인 문보영 시인 또한 "김수영의 진가는 산문에서도 보인다"고 설명다. 이념과 이론에 얽매이지 않는 작품을 보여준 존재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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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는 법정 스님이 1955년부터 1970년까지 여덟 살 아래 사촌 동생 박성직 씨에게 보낸 50여 편의 편지를 엮은 것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법정 스님은 작은아버지 댁에서 자랐다. 그 어려웠던 시절, 작은아버지는 총명했던 조카를 대학까지 보냈다. 출가하며 홀어머니를 비롯한 피붙이들과 인연을 끊어버렸지만 자신의 매정함을 질책하며 괴로워하는 모습도 보인다.
법정 스님은 어느 순간 번민을 끊어낸다. 편지는 가족을 염려하던 애틋한 마음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찬미하고 반복되는 수도 생활에서 건져 올린 깨우침을 전하는 쪽으로 바뀐다. 이후 편지는 점점 뜸해진다. 간혹 자신의 염치없음을 탓하며 책이나 미역 등을 부탁하던 편지도 1964년 1월 14일 궁벽한 산중으로 들어가 수도하겠다는 기별 이후 끊긴다.
마지막 편지는 1970년 11월 27일 작은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보낸 것이다. 자신을 큰아들처럼 키워 대학까지 보냈던 작은아버지에 대해 "이 세상에서 내게 가장 은혜로운 분은 작은아버지시다"며 추억하고 "오늘은 법당에 들어가서 많이 울었다"고 썼다.
1976년 출간된 역작 '무소유'의 글감이 된 사연과 깨우침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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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지과학자 스티븐 슬로먼과 필립 페른벡은 어떤 사실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를 '지식의 착각'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지퍼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퍼가 어떤 원리로 맞물리는지를 이야기해 달라고 하면 제대로 답할 사람이 드물다. 마찬가지로 수세식 변기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자전거 바퀴가 어떻게 연동해 움직이는지 등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가 이처럼 아는 것보다 실제로 더 많이 안다고 느끼는 이유를 주변 사람들 역시 비슷한 수준에서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주제를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는 행위만으로 그것을 알고, 인터넷 검색 결과 내용을 보면서 자신이 이해했다고 느낄 뿐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주변 사람들 역시 비슷한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도 안다는 식의 느낌이 가능한 것이다.
80년대에 인지과학의 선구자인 토머스 랜다우어는 인간이 70년을 살면서 학습을 통해 보유할 수 있는 정보는 기껏해야 1기가 바이트(GB)라고 주장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개인이 보유한 지식의 양을 늘리는 것으로 착각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상호작용하는 공동체 학습을 통해 정보를 보유하는 힘을 기르는
그러나 무엇보다 나중에 후회할 결정을 하기 전에 자신의 지식을 돌아보고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습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