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으면서, '고무줄 심의'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김천홍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주가 조작을 소재로 한 영화 '작전'.
올해 베를린영화제 개막작으로 거대 은행의 비리와 음모를 다룬 영화 '인터내셔널'.
두 작품은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영등위는 이들 작품이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모방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해당 제작사와 수입사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이호재 / 영화 '작전' 감독
- "청소년들이 주가 조작을 모방할 위험이 있다는 논리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최근 영등위는 등급 판정 시 과거보다 훨씬 유연해진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러브 인 클라우즈'나 '이스턴 프라미스' 같은 작품은 전라 노출신이 무삭제로 개봉됐고, '쌍화점'은 동성애와 성애 장면이 여과 없이 나오면서 흥행에 탄력을 받았습니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다른 작품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마약운반책 이야기를 그린 '마린보이', 한 여자와 두 남자의 기묘한 동거를 다룬 '키친' 등은 나란히 청소년 관람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항간에서는 영등위가 불황이라는 현 상황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영등위는 이번 결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류종섭 부장 / 영상물등급위원회
- "두 영화는 주제 이해도 측면 뿐만 아니라 영상 표현이 거칠고 욕설이나 비속어가 지속적으로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했습니다."
물론 현행 심의 기준이 모호한 점은 영등위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류종섭 부장 / 영상물등급위원회
- "심의기준이 언어이기 때문에 추상적일 수밖에 없지만, 향후 세부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보완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분간 '고무줄 심의 논란'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mbn뉴스 김천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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