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요즘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보면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던 90년대 초반의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본은 아직도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데요.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일본 경제의 현주소를 이상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3천 명이 넘는 직원들이 일하면서 닛산 타운으로 불렸던 무라야마시.
계속된 판매 부진에 공장은 1999년 문을 닫았고, 지금은 축구장 수십 개 넓이의 공장 부지에 잡초만 무성합니다.
▶ 인터뷰 : 호모단 코지 / 우동전문점 운영
- "배달도 하루에 수십 그릇을 파는 좋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문 닫은 뒤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수익이 대폭 줄었습니다."
당시 공장 폐쇄라는 극약처방의 단초는 거품 붕괴였습니다.
1980년대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호황을 누렸지만 1991년을 정점으로 자산가격이 급락하면서 기업들은 줄도산했습니다.
▶ 인터뷰 : 오카다 / 메이지대 경영학과 교수
- "기업이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해외로부터 싼 가격의 상품이 들어오고 있고, 비싼 일본의 물건은 더 팔리지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됐습니다."
한 때 '백화점 왕국'으로 불리던 일본 백화점들은 호황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도쿄의 심장부인 긴자 지역을 잇달아 떠나고 있습니다.
소니와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도 추락세를 면하지 못하면서 지난 2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고작 1.2%, GDP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200%를 훌쩍 넘겼습니다.
이런 불황에도 엔고 현상으로 수출이 어려워진 일본 기업들은 줄줄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있습니다.
최근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처음으로 3천만 명을 넘어서는 등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된 고령화 또한 성장 잠재력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오하시 / 테크노에이드협회장
- "노인 복지에 쓰이는 다양한 도구를 서비스에 포함하지 않으면 앞으로 일본의 고령사회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고, 포함시키면 일본 경제가 영향을 받아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래서 노인용품을 파는 점포가 밀집해 있어 '노인들의 하라주쿠'라 불리는 '스가모' 거리가 잇따라 생겨납니다.
▶ 인터뷰 : 와타나베 / 도쿄 세타야가구
- "지하철로 30분 거리로,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와요. 여기에는 싼 게 많이 있어요."
노인인구의 증가는 복지 재정의 부담을 가중시키며 일본 경제의 기초 체력을 계속 갉아먹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가네코 / 게이오대학 경제학과 교수
- "아이를 못 낳아서 저출산이 진행되고, 더불어 고령화가 진행되니 비용이 필요해지고, 가
▶ 스탠딩 : 이상범 / 기자
- "잃어버린 20년 터널에서 빠져나올 줄 모르는 일본 경제. 이를 닮아가는 한국 경제도 보다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도쿄에서 MBN뉴스 이상범입니다. [ boomsang@naver.com ]"
촬영기자: 박준영
영상편집: 최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