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가 3일 상장을 전격 결의했다. 삼성SDS에 이은 삼성그룹 비상장사의 두번째 상장 결정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 비상장사의 추가 상장은 앞으로 없을 것으로 보고 이후 주력 계열사간의 이합집산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업적으로는 그룹 차원의 해외 시장 공략 강화를 통한 기업 가치 극대화를 추진할 예상이다.
◆삼성에버랜드 끝으로 비상장사 상장 작업 완료
삼성에버랜드는 비상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회사다.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최대주주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5.1%)이 등재돼 있으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8.37%)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8.37%)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3.72%) 등이 주요 주주로 자리잡고 있다. 명실상부한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회사다.
반대로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13.5%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삼성SDI 지분 13.5%를, 삼성SDI는 에버랜드 지분 8%를 보유한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은 단순한 삼성그룹 비상장사의 상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는 이번 상장을 통해 대규모 상장 차익을 얻는 기회를 쥠과 동시에 지분율 희석으로 인한 지배력 약화라는 위험 요인을 안게 된다. 이같은 요인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에버랜드 상장이 단시일 내에 진행되진 않을 것이라고 보기도 했지만 삼성그룹의 선택은 위험 요인보다는 기회를 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에버랜드 삼성전자 합병할까?
에버랜드 상장을 끝으로 삼성그룹 내 주력 비상장사의 상장은 사실상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삼성종합화학이 있지만 오너 일가의 지분은 이건희 회장이 갖고 있는 1.13%에 불과하다. 상장으로 오너 일가가 쥘 수 잇는 실익이 낮기 때문에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삼성SDS, 삼성에버랜드를 끝으로 이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상장에서 계열사간 이합집산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에버랜드의 합병, 여기에 삼성SDS의 추가 합병 등이 그것이다.
또 삼성전자가 인적 분할을 거쳐 지주사를 분할한 뒤 에버랜드와 합병하는 안 등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인적 분할 이후 에버랜드와의 합병을 가장 유력한 안으로 보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을 삼성전자로 이어지게 하려면 양사의 합병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해석이다.
◆삼성SDS·삼성에버랜드 "해외로 해외로"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을 높이려면 현재 보유한 지분 가치의 상승이 필수적이다. 이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재산을 상속할 경우 상속세를 내는 데에도 보탬이 되는 일석이조의 해결책이다.
이를 위해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가 택한 것은 해외 진출이다. 삼성SDS는 지난 5월 상장을 발표하며 해외 사업 확대를 천명한 바 있다.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ICT서비스 선도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클라우드, 빅데이터, IoT 등 신성장 기술을 확보해 통신, 헬스케어, 리테일 및 호스피탈리티 등 분야의 솔루션 및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적극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에버랜드도 상장을 발표하면서 패션, 건설, 급식, 바이오 등 거의 전 분야에 대해 해외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이미 스마트폰 등을 통해 해외 인지도를 쌓아놓은 것도 양사의 해외 공략에 보탬이 될 것
따라서 삼성그룹은 당분간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한 사업 확대, 그리고 이를 통한 자산 가치 부양과 주가 상승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상으로는 지주사 구조 개편이, 사업상으로는 해외 시장 공략이 삼성그룹의 향후 행보가 될 전망이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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