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주의 부진한 거래 속에 '게임 대장주' 엔씨소프트가 남다른 움직임을 보여 눈길을 끈다. 주가 상승을 견인할 만한 특별한 재료가 없는 상황이지만 최근 대차잔고의 급감세로 인해 숏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시장에서 다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엔씨소프트 주가가 바닥을 치면서 저가매수세가 몰려 주가가 반등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엔씨소프트는 3000원(1.69%) 오른 18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주 들어 9% 넘게 올랐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블레이드&소울의 중국 진출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25만원을 웃돌았다. 지난 1월 2일에는 연중 최고가인 25만3000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지난달 말에는 연초대비 33% 넘게 줄어든 16만원대로 주저앉았다.
하락 원인으로는 부진한 1분기 실적이 가장 먼저 지목됐다. 엔씨소프트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4% 빠졌고 영업이익의 경우 20% 급감해 445억원에 그쳤다. 당시 국내 증권사들이 1분기 예상 영업이익으로 600억원 이상을 제시했던 만큼 어닝쇼크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 1분기 중국 로열티 수익이 300억원 정도를 기록해 해외사업 성과도 부진했고 '든든한 백'인 리니지 1의 매출액 역시 지난해 최고점을 찍은 이후 올해 410억원으로 크게 줄면서 온라인 게임 업체의 종말론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두드러진 게임주의 동반 부진에도 불구하고 엔씨소프트는 이달 초 다시 오르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게임 이벤트마저 크게 줄었지만 2분기 실적 기대감을 실은 레포트 역시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더불어 제기되는 것이 바로 숏커버링이다. 연초부터 시작된 주가 하락이 단순히 실적 만의 문제가 아니라 CS창구를 통한 외국계 공매도 세력의 지속적인 매물 출회 때문이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가 연구원은 "엔씨소프트 주가가 공매도 이후 숏커버링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면서 "지난달 20일 고점을 찍은 이후 공매도한 수량을 재매입해야 하는 투자자가 CS창구로 몰렸다"고 평가했다.
올해 엔씨소프트의 하루 공매도 비중은 40%를 육박하기도 했지만 평균 비중은 5%정도로 높지 않았다. 하지만 대차잔고는 연초부터 꾸준히 늘었다. 대차잔고는 주식을 빌린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물량으로 공매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지난 1월 2일 기준 100만주도 되지 않던 대차잔고는 1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5월 20일 400만주를 넘어설 때까지 지속적으로 누적됐다. 남의 주식을 빌려놓은 투자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이 시기 CS창구로 매도 주문이 몰렸다.
지난달 20일 최고점을 찍은 뒤 21일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대차잔고는 전일까지 100만주 넘게 빠졌다. 숏커버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식이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남의 주식의 빌려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낮은 가격에 되사 차익을 내는 것이 공매도다. 공매도 세력이 재매수에 들어갈 경우 대차잔고는 줄어든다. 이날 매수상위에는 지난달 지속적으로 매도를 내던 CS가 자리했다.
연구원은 "100만주 가량이 상환되긴 했지만 현 대차잔고 역시 300만주 정도로 연초에 비해 3배 정도가 물려있어 추가적인 매수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차잔고가 늘 공매도와 연관되는 것은 아니다. 대주(대차)거래로 일단 주식을 빌렸다고 해도 시장 상황에 따라 매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공매도와 반드시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
숏커버링 자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주가가 전저점에 다다르면서 저점매물에 대한 수요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주가 하락을 예상한 공매도 세력의 움직임이었다기보다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게임 시장이 넘어가는 상황에서의 과도기적 움직임이었다고 본다"면서 "최근 모바일 시장이 각광받고 있긴 하지만 10여년을 이어온 리니지의 성공을 쉽게 간
이어 "국내 시장의 충성도가 높고 해외 시장의 반응 역시 나쁘지 않아 실적 기대를 바탕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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