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성 들무새 바리스타 협동조합 이사장(기독교대한감리회 목사)이 발달장애우들과 커피숍을 창업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
“카페 들무새는 발달장애우와 그들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커피숍입니다. 절박한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동정심에 기대지 않고 커피 맛으로 승부를 볼 생각입니다.”
‘바리스타 목사’라 불리는 최우성 들무새 바리스타 협동조합 이사장(기독교대한감리회 목사)은 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커피비평가협회 세미나에서 발달장애우들과 커피숍을 차리게 된 사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최 이사장은 2년 전 지인의 재능 기부 요청으로 커피계에 발을 들여 현재까지 발달장애우에게 커피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아이들에게 커피 교육을 하면서 깜짝 깜짝 놀란다”며 “향미테스트를 하면 커피 맛을 기가 막히게 잘 표현 한다”고 밝혔다.
발달장애우는 정신연령이 또래에 비해 어리지만 순수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최 이사장은 “이런 성향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커피에 연유나 시럽을 섞어 커피를 달콤하고 행복한 것으로 인식하게 했다”고 그만의 노하우를 소개했다.
최 이사장이 발달장애우와 커피숍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그들에 대한 열악한 사회적 대우 때문이었다. 장애우가 학교를 다닐 때는 정부가 최소한의 지원을 해주지만 졸업을 하면 지원이 끊긴다. 23세 이상이 되면 현실적으로 복지관에도 갈 수 없게 되는 현실을 보며 최 이사장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는 “사회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아이들은 집에 은둔하게 된다”며 “기운을 발산하지 못해 답답한 아이들은 짜증을 내거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간혹 장애인 배려 정책으로 장애우가 일자리를 얻기도 하지만 월급은 거의 받지 못하는 실정에도 최 이사장은 주목했다. 그는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장애우의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사회성을 기르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일터에 보내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그는 장애우가 세상과 격리되는 모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그들과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1년 전부터 커피숍 창업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벅차기 때문에 장애우의 어머니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최 이사장은 “어머니 18명은 내 제안에 흔쾌히 응했고 커피숍 창업에 동의한 후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어머니들은 자녀들의 자립을 위해 100만~200만 원씩을 창업 자금에 보탰다. 장애우의 임금에 대해 최 이사장은 “일단은 시급으로 지급하지만 수익성이 좋아지면 월급제를 도입할 예정”이라면서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면 어머니들에게도 수익 배분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페 들무새는 서울시 중랑구 면목4동 동사무소 쪽에 8평 정도로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발달장애우들이 정성껏 골라낸 품질 좋은 원두를 가지고 합리적인 가격대로 커피를 판매한다.
최 이사장은 이 매장을 계기로
“기계와 뜨거운 물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장애우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도 열심히 가르쳐 볼 생각입니다. 품질 좋은 커피로 그들이 자립할 수 있게 되는 그날이 오길 바랍니다.”
[매경닷컴 김지혜 기자 kjh103206@mkinter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