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원 장 모(33)씨는 최근 회사 건강검진을 통해 A형 간염에 대한 항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바쁜 나머지 백신 접종을 미뤘다. 그는 극심한 피로에 온몸이 아프고 고열에 시달려 감기 증상 같다는 의사의 말에 수일간 항생제와 해열제를 복용했으나 상태는 더욱 악화되기만 했다. 급기야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며 집 앞에서 쓰러져 결국 병원 신세를 졌다. 감기인 줄 알았던 병명은 다름 아닌 A형 간염이었다. 간 손상을 의미하는 수치가 정상치의 수십배 이상으로 올라가 있던 그는 일주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면역력이 약화되는 중·장년 어르신뿐만 아니라 젊은 건강한 성인도 예방접종은 필요하다. 성인이 A형 간염에 걸리면 고열, 황달을 동반한 심한 간염을 앓게 되고, 전격성 간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 20~30대 성인에서 A형 간염 항체보유율이 낮아서 예방접종 대상이 되며, 최근 국내에서 A형 간염의 유행이 지속되고 있어 항체가 없는 성인은 접종이 권장된다. 특히 가임기 여성의 경우 항체가 없으면 홍역, 풍진, 수두, 백일해 등의 예방접종을 임신 전에 미리 접종하는 것이 권유된다. 군 입대를 앞 둔 자녀가 있다면 수막알균, 파상풍, A형간염 예방접종을 미리 하는 것이 좋다.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에도 필요한 예방접종이 있다.
예방접종은 보통 어린이들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어렸을 때 맞은 예방접종의 면역력이 약해지고 추가 접종이 필요한 질환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갈수록 감염에 대한 면역력은 감소해 감염질환에 걸렸을 때 어린아이들보다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 입원이 필요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성인들에게도 예방 접종은 반드시 필요하다.
성인에게 필요한 예방접종은 어린이에게 필요한 예방접종과 다소 차이가 있다. 대한감염학회에서는 성인 예방 접종이 필요한 질환으로 독감, 폐렴, 간염, 파상풍, 대상포진 등 10가지를 꼽는다. 연령, 위험인자 및 기저질환, 감염질환에 대한 면역력 유무에 따라 필요한 예방접종의 종류와 접종 방법에 차이가 있다. 독감, 즉 인플루엔자의 경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감기와는 전혀 다른 질환이다. 독감은 바이러스가 침범해 갑작스런 고열, 두통, 근육통, 전신 쇠약감과 같은 증상을 나타낸다.
전염성이 강하고, 노인이나 소아,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걸리면 합병증 발생이나 심지어 사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예방 접종이 중요하다. 폐렴 역시 우리나라 주요 사망의 원인이다. 폐렴사슬알균은 폐렴을 일으키는 가장 흔하고 주요한 원인균이며, 이 외에도 급성 중이염, 패혈증, 뇌수막염을 일으킨다. 폐렴 예방접종은 폐렴의 가장 흔한 원인균인 폐렴사슬알균에 대한 백신이다. 면역력이 약해지는 65세 이상 성인부터 발병이 증가하는 만큼 65세 이상 성인은 한 번에 걸쳐 폐렴사슬알균 예방 접종해야 한다. 특히 만성폐질환, 당뇨병, 만성간질환, 만성신부전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암 등 면역저하환자, 비장기능저하 환자는 나이에 관계없이 접종이 필요하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신경절을 따라 피부에 작은 수포와 물집이 생기며 발병 후 신경성 통증이 아주 심하다. 어렸을 때 수두를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발병할 수 있으나 주로 신체의 노화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50대 이상에서 주로 발생한다. 대상포진 예
파상풍은 상처 부위의 파상풍균이 만들어낸 독소가 근육을 수축 또는 마비시키는 감염질환이다. 동물에게 물렸거나, 가시 철망, 못 등에 의한 상처로 감염되는데 예방을 위해서는 10년마다 한번씩 파상풍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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