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일어설 때 머리가 핑~하고 돌거나 속이 메스꺼움을 느꼈다면 ‘기립성 저혈압’을 의심해 봐야 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평소 눕거나 앉은 상태에서는 다리-심장 간 혈액이 도달하는 과정에서 중력 영향을 덜 받지만, 그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날 때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류량이 일시적으로 줄고 뇌로 가는 혈류량도 함께 줄어들면서 발생하게 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을 때, 장시간 서 있을 때, 화장실에서 소변이나 대변을 보다가 갑자기 속이 메스껍거나 어지럽고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앞이 캄캄해져 쓰러지게 되는 경우가 기립성 저혈압 대표적 예이다.
최재웅 을지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기립성 저혈압을 보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부전 발병위험이 평균 54% 높은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며 “40~50대 나타나던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요즘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20~30대 젊은층에서도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빈혈과 기립성 저혈압은 어지러움을 느낀다는 점에서 혼동하기 쉽지만 엄연히 다르다. 저혈압은 심장기능 이상으로 혈관내 압력이 낮아져 발생하지만, 빈혈은 혈액속 산소를 운반해 주는 헤모글로빈이 부족해서 생기는 혈액계 질환이므로 차이가 비교적 명확하다. 저혈압(수축기혈압 90mmHg, 이완기혈압 60mmHg이하)은 원인에 따라 본태성 저혈압과 2차적 저혈압, 기립성 저혈압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기립성 저혈압 유무는 똑바로 누운 자세와 선 자세에서 혈압을 비교 측정해 확인한다. 먼저 누운 자세에서 혈압을 측정한 다음 일어나서 적어도 2~5분 경과한 후 혈압을 측정한다. 이때 지속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완기 혈압이 10mmHg보다 더 떨어지면서 분당 15회 이상 맥박 수가 적절히 늘지 않으면 기립성 저혈압으로 생각할 수있다.
기립성 저혈압은 뇌손상, 파킨슨병, 당뇨병, 말초신경 병증이 혈압을 조절하는 신경에 이상을 가져와 유발할 수있다. 특히 평소 이뇨제나 혈관확장제, 안정제 등을 오랫동안 복용하는 경우, 당뇨나 알코올 등으로 인한 말초신경병증, 가족력이 있는 경우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을 치료하려면 먼저 혈압이 낮은 이유를 찾아 그 원인이 되는 질환을 고쳐야 한다. 기립성 저혈압이 있어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작은 노력으로 개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앉았다 일어나기, 누웠다 일어나기 등 체위를 바꿀 때는 급격하게 바꾸기보다 천천히 몸을 움직여주는 것이 좋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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