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의 해외 수출액 가운데 국내에서 발생한 부가가치의 비중이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은 금액을 수출해도 국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는 더 축소됐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지 않고 국내에서 더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의 국내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성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6일 ‘우리나라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와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수출 한 단위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위원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총 수출액대비 부가가치 수출액 비율(VAX ratio)은 1995년 0.75에서 2011년 0.59로 떨어졌다. 이는 1995년 상품 수출액 100원 중 75원이 국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였다면, 2011년에는 59원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한국 VAX 비율의 하락폭은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큰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하락폭은 21.7%로 미국(-4.3%), 일본(-11.3%), 독일(-12.6%)보다 월등히 컸고, 대만(-21.6%)과는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석유화학과 전기전자, 수송장비 등 전체 수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3대 산업의 부가가치 수출 비중은 43%로 떨어졌지만, 총 수출 비중이 13.9%에 불과한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수출 비중은 34.6%로 올랐다. 제조업보다는 서비스분야의 수출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그만큼 더 크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부가가치 기준 서비스 수출비중은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 실정이다. 미국과 프랑스, 벨기에 등 선진국들의 서비스 부가가치 수출 비중은 대부분 50%를 넘고 제조업 중심 국가인 일본과 독일, 대만도 45% 내외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제조업 상품에 내재된 서비스의 부가가치 비중이 점점 커지는 추세에도 우리나라 서비스부문은 경쟁력이 낮을 뿐만 아니라 과거보다 더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금융과 유통, 지식기반의 사업서비스와 제조업 간의 융합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철폐와 서비스분야의 개방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정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또
정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국내에서 생산활동을 더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 부가가치와 고용의 직접적인 창출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