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만산홍엽이다. 단풍철을 맞아 산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언감생심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차만 타면 멀미하는 사람들이다.
멀미 원인은 감각의 불일치에서 비롯된다. 보행을 배울 때 근육 움직임에 대한 눈, 귀 등 감각기관계 반응이 기억되는데, 나중에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생기면 기억된 정보를 갖고 감각기관들이 미리 예측해 준비하고 반응한다. 하지만 차를 탄 상태에서는 이동에 따른 근육 움직임이 없거나 기존 기억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므로 감각의 불일치가 일어난다. 그러므로 일상적 움직임과 다른 엘리베이터, 배, 비행기, 차를 처음으로 탈 경우 대부분 멀미 현상이 생긴다. 배를 오래 타던 사람 가운데는 배의 흔들림에 완전히 적응이 돼 육지에 내렸을 때 오히려 멀미, 즉 땅멀미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는 데 같은 이치다.
멀미는 귀의 전정기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귀는 소리를 듣는 역할 뿐만 아니라 신체균형을 인지하는 세반고리관, 타원낭, 소낭과 전정신경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를 통틀어 ‘전정기관’이라 한다. 차의 발진이나 정지와 같은 격한 움직임으로 전정기관이 강하게 자극을 받으면 어지러움이 심해지면서 속이 더 메스꺼워지는 것이다.
오건세 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멀미를 전정기관 이상으로 인해 생긴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오히려 양측 전정기관에 고장이 나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 멀미를 하지 않는다”며 “전정기관이 유난히 과민한 사람은 몸에 익혀 익숙해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멀미는 병이 있거나 몸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도 전정기관의 기능에 따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병 아닌 병이다.
멀미를 예방하려면 배를 타거나 차를 탈 때 흔들림이 적으면서 창문을 통해 차의 흔들림을 예측할 수 있는 자리에 앉는 게 좋다. 예를 들면 버스나 자동차는 앞좌석, 비행기는 주날개 위쪽 좌석, 배는 가운데가 좋다, 복도 쪽이나 폐쇄된 공간보다는 창문 주변이 좋으며, 벨트나 단추 등 신체에 압박을 주는 것은 느슨하게 풀어주고 심호흡을 하면서 주위의 경치를 바라보면 도움이 된다. 또 차의 진행방향과 반대로 앉는 것보다 앞을 향해 앉는 것이 좋다. 차를 타기 전에는 과식과 술을 삼가고, 차안에서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하는 등 시선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잠을 자면 멀미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면을 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멀미약은 스코폴라민제제인 붙이는 멀미약이 가장 많이 쓰이는데, 최소한 출발 4시간 전엔 붙여야 한다. 다만 이 약은 부작용으로 입이 마르고, 졸리고, 시야가 흐리고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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