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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도대체 왜 그럴까? 엘리베이터라는 작은 공간에 여러 사람과 가까이 있지만, 어떻게든 그들로부터 독립적이고 싶기 때문이다. 특정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그 특수함 못지않게 특이한 마음 상태와 행동들을 보인다. 이는 공간이라는 환경이 사람의 마음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미다. 어떤 사람의 심리적 특성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한 공간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를 잘 관찰하는 것이 각종 심리검사를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간단하면서도 정확하다고 주장하는 심리학자가 많다. 그만큼 공간과 인간심리의 관계는 밀접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최근에는 공간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를 아예 독립된 하나의 학문으로 여겨, ‘공간심리학’이라는 분야까지 생겨나고 있다. 인간심리와 공간의 관계에 관한 연구 결과물들은 다양하기 그지없다. 일터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회사에 가보면 거의 모든 경우에 높은 사람은 창가에 자리가 있다. 아랫사람일수록 문가에 가까워진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실용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자리배치다. 윗사람일수록 움직이려면 더 많이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빌딩 자체만 보더라도 리더의 방일수록 더 높은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왜 굳이 이런 불편을 감수하는가? 시선의 주도권을 쥐고 싶기 때문이다. 높아질수록 통제권력을 가지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통제권력을 더 정확하게는 통제권력을 지니고 있다는 느낌 하나를 위해 훨씬 더 많은 수의 폴로어들이 쾌적하게 일하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희생되고 있는지도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리더 한 사람이 차지하고 있는 창가에 매우 많은 수의 폴로어들은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창가를 여러 사람이 공유하면 정말 좋은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공간에서의 아주 작은 변화가 인간심리에 아주 큰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정도의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라도 밖의 자연풍경이 잘 보이는 병실의 환자들이 더 잘 회복된다. 이는 창밖을 내다볼 때, 행복을 느끼는 순간의 세로토닌과 고통을 느끼는 순간의 엔돌핀의 양이 가장 조화롭게 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주방과 거실이 기능적으로 완벽히 분리되는 것 보다는, 서로 어느 정도 트여 있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하는 연구들이 많다. 가사일을 하면서도 다른 가족 구성원과의 대화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족 구성원의 정신질환의 발병률을 낮춘다는 보고도 있다. 왜냐하면 애착 형성과 관련 있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의 분비량이 이렇게 트인 구조에서 더 활발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창가를 점유하면 그런 애착과 긍정적 관계를 촉진시키는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다면 한 번 생각을 해 보자. 리더십의 형태가 변했다고 하지 않은가. 통제와 권력에 기반한 리더십에서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으로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일터에서는 창가와 높은 자리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공간을 소수의 리더들이 차지하고 있다.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된다. 얼마 전 방문한 어떤 회사에는 그 건물에서 가장 전망이 좋고 쾌적한 층과 방향에 말단 직원들을 위한 휴게실이 있는 것을 발견한 적이 있다. 필자를 강연자로 섭외한 그 직원 역시 그리 높은 직급의 사원이 아니었는데도 자연스럽고도 자랑스럽게 필자를 그 공간으로 안내해 잠시 차를 대접하며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필자가 무엇을 느꼈을지는 굳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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