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의류는 남성, 화장품은 여성이라는 유통 소비 관련 공식이 파괴되고 있다.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일컫는 ‘그루밍족’과 일상운동을 병행해 건강미를 추구하는 여성들이 증가하면서다.
업계 역시 이들 쇼핑 트렌드를 반영해 발빠르게 변하고 있다.
17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그루밍족’의 증가로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최근 3년사이 10% 안팎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는 약 10억달러(한화 1조2000억원)로 세계 1위 수준이다.
때문에 화장품 업계는 그루밍 족을 겨냥해 미백, 노화방지는 물론 색조 기능까지 갖춘 남성 화장품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아모레퍼시픽은 남성 전용 화장품 브랜드 ‘오딧세이’를 재정비했다. 기존의 낡은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배우 손호준을 모델로 선정해 2030 남성 소비자를 타켓으로 삼았다. 천연 성분을 함유한 신제품을 내놓는 등 남성 화장품 키우기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그루밍족의 미용에 관한 관심은 진동 클렌저와 미니고데기 등 뷰티 디바이스까지 확대되고 있다.
남성 소비자가 주 고객이었던 스포츠업계는 거꾸로 여심 잡기에 총력전을 벌인다.
건강미를 선호하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지갑이 스포츠 의류·아웃도어 상품에 아낌없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여성경제활동인구는 2013년 1080만명, 2014년 1115만명에서 지난해 2015년 1137만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소비자 행태보고서’를 통해 20대에서 60대 여성 모두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높았다고 밝힌 바 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자기관리와 건강한 삶, 웰빙에 돈을 아끼지 않는 여성 소비자가 늘어난 셈이다.
스포츠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증가하자 휠라 코리아, 코오롱인더FnC 등 국내 업체들은 여성 스포츠 제품 물량을 추가 생산하거나 신규 라인을 잇따라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츠 시장에서는 다양한 운동을 즐기며 의류나 장비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막강한 구매 파워를 지녀 업계 내 VIP 대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소비 트렌드에 대해 ‘외모가 곧 경쟁력’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남성들은 외모를 잘 가꿔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 변화로 과거와 달리 외적인 부분에 신경쓴다는 것이다. 반대로 경제적 여유가 생긴 여성들은 외모를 가꾸고 스트레스까지 해소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스포츠 용품에 투자한다는 분석이다.
곽
[디지털뉴스국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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