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8일 신종감염병·바이러스 전문가인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박사(독일 본대학병원 바이러스 연구소장)를 초청해 메르스와 신종감염병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작년 메르스 사태를 짚어보고 급증하는 신종 감염병과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드로스텐 박사는 2002년 사스(SARS)의 원인바이러스를 공동으로 발견하고 28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메르스 등 신종 바이러스 전문가다. 작년 6월 WHO표준물질을 서울대병원에 대량으로 제공하여 전국 검사실의 메르스 검사 표준화에 기여했고, 현재 한국 환자에서 분리된 메르스 바이러스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다음은 드로스텐 박사의 강의내용과 일문일답 요약.
-메르스 같은 신종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 사태가 또 올까
▶당연히 온다. 예측하기도 아주 어렵다. 우리가 직면하게 될 많은 신종감염병은 동물 숙주에서 유래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동물숙주란 바이러스에 장기간 감염되어 있어도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주변을 전염시킬 수 있는 동물을 말한다. 사스 유행 후 10년동안 연구한 결과 많은 신종감염병이 동물 숙주에서 유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메르스로 널리 알려진 낙타와 에볼라 바이러스 숙주로 추정되는 박쥐가 대표적이다. 특히 박쥐는 10만개체 이상이 사회적 무리를 이루는 거의 유일한 동물이고 유일하게 날아다니는 포유류다. 이 때문에 여러 바이러스의 숙주로 지목되고 있고 다양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메르스(MERS) 관련 연구를 소개하며 낙타에게 접종하는 백신을 언급했다.
▶낙타의 바이러스 배출을 최대한으로 낮춰주는 백신이 소개되었다. 동물 숙주에서의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시킨다. 낙타에게 효과 있다는 것은 입증되었고 사이언스지에 실리기도 했다. 인공적으로 만든 백신이고, 널리 쓰이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낙타들에게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메르스 백신이 사람에 적용되려면 얼마나 걸리나?
▶올해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1 임상 연구가 시작될 예정인데, 메르스 예방효과를 보는 게 아니라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고 안전한지를 보는 것이다. 그 후 2상, 3상이 진행될 것인데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여기에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지를 보려면 발병지역에 들어가서 연구해야 하는데 추가적으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사람간 전파 가능성이 낮은 게 맞나
▶유행병이 출몰했을 때 가장 큰 관심사는 사람간 전파 가능성이다. 메르스의 기본감염재생산수(한 사람의 환자가 다른 환자를 감염시키는 수)는 1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기본적으로 메르스는 동물과의 직접접촉에 의해 감염되는 인수감염병이라는 뜻이다.
-작년 한국에서는 수십여 명을 감염시킨 ‘슈퍼 전파자’가 있었다
▶그건 예외적인 상황이고 평균적으로는 전파가능성이 낮다. 이를 막기 위해 병원 위생을 철저히 하고 매뉴얼을 지키는 등 방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새로운 전염병들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가 있는지?
▶진단기법이 발전해서 새로운 바이러스 발견이 쉬워진 것도 있고 더 자주 발생하는 것도 맞다. 가장 큰 이유는 세계화다. 여행 다니고 사업상 거래를 하면서 접촉이 늘어났다. 조류독감, 사스, 메르스, 지카처럼 앞으로도 다른 바이러스들이 출몰할 가능성은 많다. 이를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하고 물이나 식량 등을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한국의 메르스 대책과 대응은 어땠나. 지금 무엇을 대비해야 할까
▶한국은 매우 적절하게 잘 대처했다. 많은 사람들을 격리시켰고, 병원 밖으로 전파되는 것을 적절히 막았다. 병원간 감염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것을 막은 것은 큰 성과다. 또 메르스가 올지 안올지 가능성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아랍과 가까운 유럽같은 경우, 메르스 바이러스가 늘 들어온다고 보고 유행이 되지 않게 대비한다. 한국도 수 년내에 감염될 케이스는 있겠지만, 작년같은 패닉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병원 내에서 감염을 콘트롤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대책을 세워둘 필요는 있다. 공항에서 발열스크리닝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이상이 있다고 생각되면 모든 병원에서 진단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가능하면 정부가 비용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8월 올림픽 앞두고 있는데 지카바이러스 확산 가능성 없을까? 막을 방법은?
▶일단 올림픽을 치르고 나서 지카바이러스가 한국에 유입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이집트모기가 한국에 많지 않고, 다른 운반체에 대한 증거는 미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지카 바이러스가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있어왔기 때문에 그동안 유입되지 않은 것을 보면 브라질이 촉매제가 될 가능성은 적다. 브라질 같은 경우도 8월이면 여름이 지나가고 난 시점이라 모기들이 많지 않을 거고, 정부가 대응방안을 마련중에 있다. 남미와 중남미에서 면역력이 없는 사람들 위주로 문제가 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
-함께 연구해본 국내 진단검사의학 수준과 강점은?
▶어제 서울대병원 방문해서 진단검사의학과 검사실을 견학했다. 굉장이 감명받았다. 조직이 잘 이루어져 있고 화학, 혈액은행, 유전학, 면역학 등 전문적인 파트들이 안에서 효율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더라. 작업량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더 많은 공간이 검사실에 필요하다. 이를 잘 관리하고 있고 한국 진단검사의학 정도는 다른 어느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높은 수준이다.
-새로운 전염병을 어떻게 예방하나
▶질병관리본부 같은 국가기관에서 알려지지 않은 질병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닥치면 콘트롤하는 것이 적절하다. 대신에 대학과 연구소 등에서 과학적 연구가 지속되어야 한다. 대학에서 지속적 연구를 수행했을 때 적절하게 대응하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 몇년간 지속적으로 대비를 했다면 새로운 감염병이 찾아와도 잘 대응할 수 있
-개인이 대비할 수 있는 예방책은 없을까
▶불행하게도 특별히 줄 수 있는 팁이 없다. 손 씻고 마스크 쓰고 가리고 재채기 등 많이 알려진 방법과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기본적인 노력이 전부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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