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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18만t급 벌크선 2척의 진수식 <매경DB> |
현대중공업은 9일 발표한 ‘일감부족대비 경쟁력 강화 계획’에서 “수주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선박건조 효율성이 떨어지는 도크부터 순차적으로 잠정 가동 중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조선업 불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기반한 것이여서 조선업 구조조정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해양공장을 제외하고 울산조선소 9개, 군산조선소 1개 등 총 10개의 도크를 갖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목포에 3개, 현대미포조선은 울산에 4개의 도크를 운영 중이다. 조선업계에서는 도크 가동중단 대상지로 일감 고갈이 눈앞에 닥친 군산조선소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울산조선소는 약 2년치 일감을 갖고 있지만 군산조선소는 상황이 다르다. 군산조선소에서 건조 또는 건조 예정인 선박은 총 13척으로 연내 모두 건조가 끝나는 일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6년만에 찾아온 비극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가동을 시작한지 불과 6년이 안된 신생 조선소다.
초호황기를 지나는 시점에서 탄생해 조선경기가 추락하자 제일 먼저 구조조정 태풍을 맞이하게 됐다. 이 조선소는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이 현대중공업 사장 시절 주로 건설됐다. 전북 군산 출신인 최 회장이 고향에 건설한 조선소로 최 회장이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조선소 일감을 일부 이전해 연명을 할 수 있겠지만 추가 수주없이는 인위적인 생존 연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일부 도크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해양플랜트 관련 도크도 일부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크 운영 중단은 대량실직으로 직결된다. 군산조선소에 근무하는 인력은 협력사를 포함해 5000여명이 넘었으나 최근 3700여명으로 감소한 상태다. 협력사를 시작으로 고용인력은 계속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전세계 조선, 플랜트 발주량은 지난 2013년 1325억달러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701억달러로 반토막이 난 상태다. 올해 발주액은 544억달러 규모이나 실제 발주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주가뭄 지속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도 도크 운영 중단을 검토하게 될 전망이다.
◆ 핵심자산 매각은 소극적
정부는 현대중공업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채권단 공동관리에 준하는 관리를 주문했지만 근본적인 업황 개선없이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르면 이번 주 하나은행 측에 자구 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울산 아파트 상가 등도 매각할 방침이다.
그러나 가장 핵심 자산인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대해서 회사 측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핵심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 상장은 계속 검토하고 있지만 증권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제출할 자구안에 인력감축과 자산매각은 포함될 것으로 안다”면서도 “부문 분사를 비롯한 다른 추가 계획에 대해서는 현대중공업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 조선사업과 관련없는 전기전자시스템사업부, 건설장비사업부 분사설이 제기됐지만 회사 측은 부인하고 있다.
변압기, 고압차단기 등을 생산하는 전기전자사업부는 지난해 2조 5073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해당사업부 분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안으로 인력감축과 조직효율화, 자산매각을 비롯한 자구안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비교적 구체적인 인력구조조정 계획을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인력구조조정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업보고서 기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 수가 전년대비 감소했지만 삼성중공업은 1만 3788명에서 1만 3974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1300여명을 감원한 현대중공업은 9일부터 지난해에 이어 희망퇴직을 신청받는 등 3000여명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연간 700~800명씩 감원을 해, 2019년까지 3000여명을 감축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일시적인 대규모 희망퇴직보다 상시 희망퇴직제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 진척없는 수천억대 자산 매각
삼성중공업은 최근 해외 일부지점을 폐쇄한 것으로 확인됐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지사,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 지사를 철수해 해외지사가 10개에서 8개로 줄어들었다. 이들 지사를 폐쇄한 것은 해양플랜트 사업 축소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거제삼성호텔 매각에 나섰으며 유가증권 증권을 포함한 2200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을 할 예정이나 아직 가시화된 것은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부동산 매각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서울 본사, 당산동 사옥 등을 매각해 2000억원 이상을 조달할 계획이다. 중국 산둥조선소는 적당한 가격을 제시받는다면 51% 지분을 넘길 계획도 갖고 있지만 구체화된 것은 없다.
조선업계와 채권단 일각에서는
[박용범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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