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이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10여년에 걸쳐 추진해온 브라질 CSP제철소를 다음달 10일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CSP제철소는 55억 달러(약 6조 4000억원)가 투자됐고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 건설한 최대 규모 제철소로 철강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사업이다. 글로벌 철강시황이 회복기로 돌아섰지만 지속될지가 불확실한 가운데 브라질제철소 가동이 동국제강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12일 “브라질 세아라주(州)에 건설한 CSP제철소가 가동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며 “다음달 10일 고로(高爐:용광로)에 불을 붙이는 화입(火入)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CSP제철소는 연산 300만t 규모 철강을 생산할 예정이다.
CSP제철소는 대규모 사업이다보니 동국제강, 포스코, 발레가 각각 30%, 20%, 50% 지분율로 참여했다. 일관제철소를 갖는 것이 꿈이었던 동국제강은 브라질 연방정부·주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브라질 북동부 뻬셍(Pecem)산업단지에 제철소를 건설했다.
브라질 발레는 세계 2위 광물자원 개발 기업으로 원료비(철광석 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든든한 우군이다. 이 제철소 건설은 철강시황이 초호황기일 때 기획됐다. 2012년 7월 토목공사가 시작됐지만 철강경기는 계속 내리막을 걸었다. 이 때문에 제철소 가동시점이 몇 차례 연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철강시황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슬래브(선박 등에 쓰이는 후판생산 위한 철강 반제품) 가격은 최근 연초 대비 60% 정도 올랐다. 연초 t당 250달러 수준이었던 슬래브 가격은 최근 t 당 4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조선·철강 호황기에는 슬래브를 만들기만 하면 돈을 벌었지만 이런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동국제강은 브라질제철소에서 연간 생산능력의 약 1/3에 해당하는 100만t 은 해외에서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중국산 슬래브를 수입하는 것보다 브라질산이 경쟁력을 갖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브라질 경기가 얼마나 회복될지 여부와 현지에서 얼마나 수요처를 발굴하느냐가 브라질제철소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철소 가동 초기에는 당분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루블화가 연초부터 강세로 돌아섰고, 중국산 철강재 가격이 오르며 슬래브 가격이 회복됐다는 점에서 CSP제철소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변 연구원은 “하지만 아직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준으로 철강가격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CSP제철소는 브라질에서 원재료 조달비용 절감 등으로 초기 손실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본사 사옥까지 팔며 구조조정을 해온 동국제강은 1분기부터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 지난 1분기에 566억원의 영업흑자(연결기준)를 기록, 전년 동기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동국제강은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보다 70% 가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영업이익률이 1분기 4.2%에서 2분기 6.2% 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무구조개선 약정 조기졸업도 기대하고 있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은 매년 채권은행이 주채무계열(금융기관의 전체 신용공여금액의 0.1% 이상이 되는
이성호 동국제강 상무(CFO)는 “지난해와 올해 1분기 경영실적으로 보면 재무구조개선 약정 목표를 초과해 졸업요건이 충분하다고 본다”며 “선제적 구조조정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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