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 시장에 춘추전국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2년새 서울 시내면세점이 2배로 증가하면서 기존 면세점들과 신규 면세점들이 치열한 승부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규 면세점들이 그룹 오너의 지원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예고하고 있어 롯데와 신라 양강구도로 형성돼있는 서울 시내면세점 지형도가 바뀔수 있을지 주목된다. 면세업 업계 일각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 과거 일부 면세점들이 누렸던 ‘황금알’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6개서 13개로 늘어나는 서울 시내면세점
불과 2년 전만 해도 서울에 위치한 시내면세점은 6곳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관세청이 5곳의 신규 특허를 발급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일 두산의 두타면세점 공식 오픈을 마지막으로 한화갤러리아63, 신라아이파크, 신세계, SM면세점 등 신규 특허를 취득한 면세점들이 모두 문을 열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관세청은 올해 신규 특허를 4개 추가 발급한다. 서울 시내면세점이 13개로 늘어나는 것이다. 사실상 무한경쟁시대가 열리게 된다.
특히 국내 면세업계 선두주자인 롯데와 신라가 신세계와 두산의 공격을 어떻게 수성할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국내 매출 1위 매장인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새내기인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도보로 이동거리가 10분 이내일 만큼 지리적으로 인접해있다. 특히 신세계는 남대문점이나 회현점이라는 명칭 대신 명동점으로 이름을 정하면서 롯데와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픈식에서 성영목 신세계DF 사장은 “(롯데면세점과) 차별화된 면세점을 만드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모든 유통채널에서 라이벌 관계에 있는 롯데와 신세계가 면세점 분야에서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된 것이다.
이날 오픈한 두타면세점은 국내 2위인 신라면세점과 불과 1km 떨어진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지리적으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두산은 면세점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박용만 전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를 전면에 내세우며 ‘공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다.
면세점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 면세점 시장이 계속 커지고는 있지만 플레이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경쟁력이 부족한 면세점은 도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신규 면세점들은 당초 내놓은 장미빛 전망과는 달리 부진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속적으로 늘고는 있지만 객단가가 하락하고 있는 점도 면세업계로서는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몸값 올라가는 명품·여행사·광고모델
면세점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장 ‘몸값’이 올라간 것은 명품 브랜드 업체들이다. 각 면세점들이 ‘매장구성의 고급화’를 목표로 하면서 명품 브랜드에 대한 구애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표 명품 브랜드 중 하나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경우 신규 면세점 중에서는 신라아이파크만 유치에 성공했다. 그만큼 명품업체들의 콧대가 높아진 것이다. 면세점 숫자가 급격히 늘면서 수요는 급증했지만 명품업체들이 쉽사리 매장 수를 늘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모집해 면세점을 방문하도록 하는 여행사들도 몸값이 높아지긴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중마이그룹, 아오란그룹 등 중국 기업들의 단체관광이 화제를 모으면서 면세점 업계에서는 여행사 모시기에 혈안이 된 상태다. 특히 이들 여행사를 상대로 지급하는 수수료율이 올라가면서 면세점 업계의 ‘제살 깎아먹기’가 보다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한류스타 모시기’ 경쟁도 고조되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김수현과 박해진, 이민호, 엑소 등 대표적인 한류스타를 광고모델로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트와이스를 광고모델로 전격 발탁했다. 두산 두타면세점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주역인 송중기를 기용했고, 신라면세점은 송혜교와 모델계약을 체결했다. 신세계 또한 지드래곤과 전지현으로 ‘한류마케팅’에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와 단체관광객을 어느 면세점이 많이 유치하는지가 면세점 전쟁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며 “확실한 고객기반을 갖추고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문을 닫는 면세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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