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지난 2012년 세계 네번째로 국산화에 성공한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해무’가 2020년 개통하는 경전선, 부산 부전역~마산 복선전철 구간에 투입된다.
22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지난 20일 코레일과의 가격협상을 통해 시속 250㎞급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30량 납품 사업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현대로템의 ‘해무 250(EMU-250)’을 1량당 약 34억원, 총 1020억원에 납품하는 조건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날 “현대로템이 동력분산식 열차를 경전선에 납품하기 위한 국제공개경쟁입찰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며 “이번 주중 정식 계약과 함께 계약금 입금 등의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산 동력분산식 고속열차의 첫 수주가 성사되면서 지금까지 중국과 일본의 2파전 체제로 진행돼 온 세계 고속철도 수주전에 한국이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1월 코레일이 동력분산식 열차 첫 입찰에 나섰지만 경쟁자가 없어 유찰이 2차례 이뤄졌고 수의계약에 나선 코레일과 현대로템측이 서로 가격차를 좁히지 못해 난항을 겪다가 막판 협상에 성공했다. 그동안은 열차 1량당 추정가격 44억원에서 출발해 두 차례 협상을 거치며 코레일은 33억원, 현대로템은 37억원선까지 입찰가격을 낮췄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진행된 3차 입찰에서는 양측이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며 최종적으로 1량당 34억원선에서 의견일치를 보는데 성공했다.
4년전 국산화에 성공한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해무’가 4년만에 코레일이 운영하는 경전선에 투입 결정이 이뤄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현대로템은 당장 순익보다는 ‘마수걸이’ 해외 수주를 위한 트랙 레코드 작성이 시급했다. 수주 실적이 없으면 엄청난 개발비를 들인 동력분산식 열차를 해외에 내다 팔 길이 열리지 않는다. 글로벌 수주전을 위해 구성된 민관 수주지원단(한국 컨소시엄)의 한 축을 이루는 코레일로서도 더 이상의 수주 지연을 방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번 협상결과를 보면 현대로템은 세계 각국의 동력분산식 열차보다 저렴한 공급가격에 납품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코레일은 시속 250㎞급 열차를 시속 300㎞급보다 비싼 값으로 사줬다는 점에서 서로가 ‘양보’했다는 모양새를 취하게 됐다.
‘해무’ 상용화의 물고가 트이면서 향후 글로벌 수주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당장 터키 철도청이 하반기에 앙카라∼시바스, 앙카라∼이즈미르를 연결하는 총 1077km 구간의 고속철 건설 계획을 발주할 계획이다. 입찰 규모는 고속철 640량으로 총 사업비 규모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입찰 공고에 명시적으로 상용화 실적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상용구매 실적과 기술 이전 등을 조건으로 현지 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국토교통부 등은 관측하고 있다.
연말에는 총연장 324㎞의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입찰이 예고돼 있다. 총 사업비만 14조3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정부는 민관 수주지원단을 통해 이 사업 수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와 일본의 과도한 영향력을 우려하는 모양새여서 ‘해무’의 상업운전이 가능하다는 기술력이 보장된다면 의외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력분산식 열차의 국내 발주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경전선 수주 계약이 완료되는대로 정부는 서해선(화성송산~홍성)과 중앙선(원주~영천~신경주), 중부내륙선(이천~문경) 등에 ‘해무 250’ 투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경부선과 호남선에 시속 300㎞급 고속열차인 ‘해무 300’을 공급하기 위한 계획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
■ 용어설명
동력분산식 열차 : 전동차 1량마다 엔진을 장착하는 열차. 동력원을 맨 앞쪽과 뒤쪽의 전동차에만 연결하는 동력집중식에 비해 정차역간의 간격이 좁아도 빠르게 속도를 높일 수 있고, 급제동시 안전성이 높다는 강점이 있다. 최근 5년간 세계시장 수요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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