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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족구 손발 증상 [서울대병원 제공] |
# 동대문에서 옷가게를 경영하는 이지연 씨는 장염으로 사흘을 꼬박 앓았다. 이 씨는 “아무것도 못먹다시피 해서 가게를 지키고 앉아있는 것도 고역이었다”며 “병원에 가보니 나같은 환자가 많더라. 원인이 무엇인지 돌이켜봤는데, 남편과 먹은 생선회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은 가볍게 앓고 넘어갔지만 이 씨는 병원을 다녀온 후에도 한동안 먹는 것을 조심해야 했다.
벌써부터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가 반갑지 않은 손님들을 몰고 왔다. 수족구·장염·식중독이 대표적이다. 더운 날씨에 바이러스 활동은 활발해지는데 우리 몸의 면역력은 약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 관리 등은 한여름보다 주의를 게을리하기 쉬워 식중독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수족구병 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고 밝히고 영·유아의 위생에 각별히 신경쓸 것을 당부했다. 특히 수족구병 유행이 내달중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부모들이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질본은 또 “예년보다 더위가 일찍 시작된데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 여름철에 주로 발생하는 장염비브리오 식중독에 걸릴 수 있으니 음식을 익혀먹는 등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영·유아들이 전염되기 쉬운 수족구병
수족구병(手足口病)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손과 발에 발진이 생기고 입에 오톨도톨한 궤양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4세 이하의 소아에게서 많이 발병한다. 원인은 장바이러스의 일종인 콕사키 바이러스 A16이나 엔테로바이러스 71다. 최은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뇌수막염이나 뇌염 등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수족구병은 주로 엔테로바이러스 71형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엔테로바이러스 71형은 1969년에 캘리포니아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세계 각지에서 여러 차례 유행을 일으킨 바 있다. 2008년 이후 중국에서는 매년 수십만 명의 환자와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1% 이하의 확률이기는 하지만, 심장에 염증이 생기거나 뇌수막염·패혈증 등이 발생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증상을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아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단체생활을 하면서 감염되는 경우가 흔하다. 호흡기 분비물·수포의 진물 등으로 감염되고, 분변 등에서 경구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환자와 접촉하면 약 4~6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서 발열·식욕부진·권태감이 나타나면서 수포와 궤양 등이 손·발·입안에 생기게 된다.
류정민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센터 교수는 “목젖 주변을 포함하는 연구개(입 천장 뒷쪽의 비교적 연한 부분) 부위에 점막 궤양이 잘 생기고, 혀·입 천장·잇몸·입술 등에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궤양의 크기는 4~8mm 정도이고 통증이 매우 심하다. 큰 아이들은 많이 아프다고 호소하기도 하고, 입안이 맵다고 표현하는 아이들도 있으니 부모들이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영아기보다 어린 나이에 발병한 경우, 잘 먹지 못하고 침을 삼키지 못해 질질 흘린다. 발진은 주로 손등과 발등에 생기고 붉은색을 띤 물집 형태로 나타난다. 고열에 시달리는 경우가 흔하며, 대부분 통증이나 가려움증 등의 다른 증상은 없다. 때로는 해열제에도 잘 반응하지 않으며 심한 고열로 열성 경련이 동반될 수도 있다.
특별한 치료제는 없지만, 증상들은 대부분 3~7일 이내에 사라진다. 다만 증상이 심한 급성기에는 입 안의 통증 때문에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방치할 경우 탈수 현상이나 심하면 쇼크와 탈진 현상도 올 수 있다. 고열이 지속되거나 증상이 심하다면 입원하여 경과를 살피도록 한다.
◆무심코 먹었다간 세균감염! 식중독과 장염
식중독은 계절에 상관없이 생기는 질환이다. 다만 날씨가 덥고 습도가 높으면 세균이 번식하기 좋기 때문에 여름철에 많다. 흔한 세균성 식중독 유발 원인으로 장염비브리오와 살모넬라가 있다. 바이러스 장염은 공기나 물로 전염되는 수인성 식중독으로 노로바이러스나 로타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증상이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다. 이보인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세균성 장염은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대변에 잠혈이나 백혈구가 더 자주 나타난다. 반면 바이러스성 장염은 묽은 설사와 오심, 구토 같은 상복부 위주의 증상과 열·두통 등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각하지 않은 식중독과 장염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 치유된다. 구토나 설사가 심하면 무턱대고 항구토제나 지사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절대 삼가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가벼운 탈수 증상을 보일 경우 집에서 물을 자주 마시면 되지만, 심한 탈수가 있는 경우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으므로 입원해서 수액 주사를 맞는다. 탈수의 증상으로는 과도한 갈증, 구강 건조, 소변량 감소, 진한 색깔의 소변, 기력 약화 또는 기면, 어지러움증, 피부 긴장도 감소 등이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적은 양으로도 발병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람의 분변에 오염된 물이나 채소류, 과일류, 어패류(굴 등)를 섭취하거나 감염 환자의 침·오염된 손에 접촉하면서 전염된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략 24~48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2~3일 동안 복통, 구토, 설사 등이 지속되는 것이 전형적인 증상이다. 전신에 근육통이 있거나 기운이 없고 두통이 있는 경우도 있으며 38도가 조금 넘는 정도의 미열이 동반되기도 한다.
바이러스성 장염에서 회복된 후 2주까지는 대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될 수 있다. 증상이 완화되었더라도 며칠간은 음식을 가려서 먹는다. 미음이나 죽 또는 부드럽고 소화하기 쉬운 음식으로 단계를 높여가는 식이다. 유제품·섬유가 많은 야채·발효되기 쉬운 음식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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