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6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와 관련해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인하결정으로 한은의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까지 떨어졌다. <김재훈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당초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하면서 주요 근거로 ‘3박자론’과 ‘타이밍론’을 제시했다.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하반기에 높아질 경기 하방리스크에 대해 통화정책이 선제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시점이란 것이다. 정부는 금통위 하루 전인 지난 8일 2018년까지 조선소 도크 등 설비를 20% 감축하고 인력도 30% 이상 감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조선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에 달하고 조만간 3만명 이상 인력이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미국 고용지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6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현격히 낮아진데다 하반기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자본유출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것도 깜짝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 총재는 “오늘 금리인하 결정은 지난 8일 발표된 정부 구조조정 계획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전혀 무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그는 인하 결심 시점에 대해선 “주말이었다”고 덧붙였다. 향후 구조조정 여파로 국내 경기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게 6월 금리인하에 나선 주된 배경이라는 암시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5% 상승에 그쳐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 발발 당시인 작년 2분기(0.4%)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 앉은 상태다. 특히 이 총재는 정부의 조기 집행이 상반기 끝나면서 하반기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를 밑돌 수 있다고 염려했다. 통상 금리는 6개월 안팎 시차를 두고 성장률에 영향을 미친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시 자본 유출 가능성에 대해 “자본유출 가능성은 늘 염려를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제 기초 여건과 국내은행 외환건전성, 유럽과 일본의 완화정책 기조 등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자본 유출 가능성을 염려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목표제(2.0%)를 한참 밑돌고 있다는 점도 전격 금리인하의 배경이 됐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달 0.8%를 기록하며 다시 0%대로 떨어지면서 5개월 연속 물가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한은은 지난해 물가안정목표를 새롭게 수립하면서 소비자물가가 6개월 연속 목표치에서 ±0.5%포인트를 벗어날 경우 총재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국민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 내부에선 이번 금리 인하 결정으로 향후 1년간 GDP 성장률을 약 0.05~0.06%포인트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 발 빠른 인하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프라이즈’효과를 줬다”며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확보했다는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지연 기대감에 달러당 원화값이 상승하고 있어, 금리 인하에도 상대적으로 자본유출 위험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전일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되면서 심리적으로 같이가는 효과를 고려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과의 의사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정부가 구
[이상덕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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