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을 동반하는 급성 열성 질환인 뎅기 바이러스 항체를 보유한 사람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치명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팀은 뎅기열을 유발하는 뎅기 바이러스와 지카 바이러스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뎅기 바이러스와 지카 바이러스 모두 모기가 옮기는 ‘플라비 바이러스’속에 속한다. 뎅기 바이러스는 아시아, 남태평양,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의 열대 지방과 아열대 지방에 분포한다. 주로 더운 지역에서 많이 나타난다.
영국 연구팀은 뎅기열에 걸렸거나 걸렸다 회복한 수많은 사람들이 보유한 항체를 확보한 뒤 조직 배양 실험을 통해 이 항체가 지카 바이러스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뎅기열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사람들이 보유한 항체가 지카 바이러스와 결합할 경우 바이러스 복제를 더욱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뎅기 바이러스 항체가 지카 바이러스의 독성을 강화시키면서 지카 바이러스가 더욱 치명적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신생아들에겐 소두증 증세가 나타나고 성인에게선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나타나는 급성 마비성 질환인 ‘길랑바레 증후군’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지역의 약 90%에서 뎅기 바이러스가 같이 유행하는 것도 이를 증명해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23일 네이처 이뮤놀로지에 게재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감염제어연구센터 김두진 전임연구원은 “뎅기 바이러스 항체가 지카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보다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라며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사람일 수록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영국 연구팀은 뎅기열 항체가 지카 바이러스를 치명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 뎅기 바이러스 백신은 지난해 브라질, 멕시코에 허가가 났는데 이 백신을 맞고 항체가 생기면 뎅기 바이러스 감염은 막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지카 바이러스에는 더 취약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전임연구원은 “항체라는 것이 꼭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바이러스는 수 백 가지 단백질을 가지고 있고 항체는 이 중 일부 단백질에 결합해 효력을 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바이러스의 병원성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3일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연구팀은 조금 다른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했다. 뎅기 바이러스의 수많은 항체 중 두 가지 항체인 anti-EDE1 mAb와 anti-EDE2 mAb가 지카 바이러스에 결합해 감염을 차단한다는 것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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