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갑상선수술, 자궁적출술과 함께 척추수술을 가장 하는 나라로 손꼽힌다. 척추수술이 워낙 많아 ‘척추수술 공화국’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받았다. 최근 5년간 척추수술 건수가 무려 약 100만건이나 청구됐다. 인구 10만명당 척추수술 건수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3배, 미국의 1.5배로 세계 최고다.
척추의 과잉수술은 의료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형외과 의료소송 4건 중 1건은 척추수술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다가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환자)의 평균 배상 청구액은 약 1억 8200만원, 법원 판결을 통해 받게 된 배상액(인용금액)은 평균 59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29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김양수 교수팀이 2005~2010년 판결된 정형외과 관련 의료소송 341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정형외과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정형외과 의료소송의 사건 발생에서 종결까지 평균 소요기간은 4.2년이었다. 김 교수팀은 “전체 진료과목의 의료소송이 평균 3.4년 걸리는 것에 비하면 1년가량 긴 셈”이라며 “이는 정형외과 의료사고에서는 상대적으로 장애 비율이 높고 사망 비율이 낮은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진료과목에서 발생하는 의료소송의 주 원인은 환자 사망(41.3%)ㆍ영구 장애(32.2%)ㆍ상해(22.1%) 등이다. 정형외과 의료소송은 환자의 사망(17.6%)보다 장애(41%)·후유증(27%)이 원인인 경우가 훨씬 많다.
이번 연구에서 정형외과 의료소송의 절반 가까이(46.3%)가 수술과 연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형외과에서 이뤄지는 여러 수술 중 의료소송 연루가 가장 잦은 것은 척추관련 수술(48.7%)이었다. 김 교수팀이 조사한 전체 정형외과 의료소송(341건) 중 77건이 척추 관련 수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 교수팀은 논문에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척추질환 증가, 의료기술 발전으로 인한 척추수술법의 다양화, 환자의 기대치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척추 수술이 해마다 늘고 있다”며 “척추수술 관련 의료사고ㆍ소송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수술 자체를 더 신중하게 결정하고 환자에게 적극적이고 충실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척추수술 관련 의료소송의 원고(환자)가 주로 입은 건강상 피해는 장애(57.1%)ㆍ합병증(23.4%)이었다. 김 교수팀은 “척추수술 도중 신경 손상 발생 가능성이 높아 장애 또는 합병증(후유증)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풀이했다.
정형외과 치료도중 환자에게 세균 등 미생물 감염이 일어나 의료소송에 이르게 된 건수는 모두 89건(전체의 26.1%)이었다. 여기서 감염자의 절반은 수술 환자였다. 수술 중 감염은 척추수술(50%)ㆍ인공관절 수술(20%)에서 대부분 발생했다.
정형외과 의료소송에서 환자의 배상 청구액 중 최고는 21억원이었다. 척추만곡증 수술을 받은 환자가 하반신 마비에 이른 사건이다. 법원은 병원 측에 환자에게 약 4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정형외과 환자가 판결을 통해 받은 인용금액 중 최고는 약 7300만원이었다. 인용금액이 환자의 청구액(약 6500만원)보
김 교수팀이 정형외과 의료소송의 최종심 판결 결과를 분석한 결과, 원고(환자) 일부 승(勝)이 40.5%(138건), 기각 34.3%(117건), 합의권고결정과 조정 등이 23.7%(81건)였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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