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과 아우디 차량에 대해 무더기 인증 취소와 판매 정지 조치가 내려진 데는 인증서류 조작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폭스바겐 인증서류 조작의 단서는 지난 2월 검찰이 서울 청담동 소재 폭스바겐코리아 본사 등 2~3곳을 압수수색하면서 발견됐다.
여기서 확보한 서류를 조사하던 검찰은 수상한 서류를 발견한다. 환경부 인증서류는 크게 배출가스와 소음 부문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는 △엔진 형식, 출력, 최대 RPM 등 제원 △HC, CO, NOx, CO2 등 배출가스 시험정보 △가속주행, 배기, 경적 등 소음 시험정보 △이에 따른 성적서 첨부 등으로 구성된다. 폭스바겐아우디는 이 서류들의 첨부 성적서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디 A7의 배기가스·소음 시험 성적서가 수정액(화이트)을 칠하거나 복사한 종이를 덧대는 식의 누더기 문서로 발견된 것이다. 검찰은 폭스바겐아우디그룹 관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A6 차량의 시험성적서를 A7 차종의 시험성적서로 뒤바꿨다는 정황을 확보했다.
독일에선 A7을 대표 차종으로 A6 등 나머지 차량의 인증을 함께 받았는데 국내에는 해당 A6 차량이 수입되지 않아 A7을 대표 차종으로 하는 새로운 시험성적서가 필요했다. 독일 본사에서 새로운 시험성적서 작성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고 하자 폭스바겐코리아는 A6 차종의 시험성적서를 A7 서류로 슬쩍 바꿔버린 것이다.
검찰은 폭스바겐아우디그룹 수사를 문서 위조까지 확대하며 최소 32종의 시험성적서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했다. 폭스바겐아우디는 인증 날짜와 차량 제원을 바꿔 기입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폭스바겐아우디그룹이 한국에서 왜 이런 대정부 사기극을 감행했느냐에 대해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폭스바겐 내부에선 이런 문서 조작이 수입차 업계의 공공연한 관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신들만을 타깃으로 수사가 이뤄진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폭스바겐 측은 이번 문서 조작이 인증을 통과하지 못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뤄진 게 아니라 직원 실수나 빠른 인증 절차를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서류 조작의 핵심은 다른 모델이지만 같은 엔진을 사용해서 비슷한 실험 값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차종들에 대해 인증 결과를 돌려 사용한 것이다. 인증받아야 하는 세부 모델이 많은 대형 수입차 업체들은 수개월씩 걸리는 인증 기간에 부담을 느껴 기존 인증 차량의 결과를 타 차량에도 그대로 활용하게 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특히 최근 수입차의 급성장 속에서 물량이 항상 달리는 데다 한국법인의 '빨리빨리' 문화가 합쳐지면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인증 관련 전문가는 "아우디, 폭스바겐 외에도 인증 서류를 조작하는 수입차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밖에도 인증 날짜를 바꾸거나 RPM 값을 고치는 것은 빈번하게 있는 일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입차 업계에 만연한 서류 조작 문제가 도마에 오를 수
이런 세간의 문제제기에 대해 다른 수입 자동차 업체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고 있다. 인증제도와 법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문서 위조를 수입차 업계 관행이라고 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전범주 기자 / 이승윤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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