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매출액 기준을 기존 3000억원에서 2000억원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내놨다. 매출액 2000~3000억원에 해당하는 중견기업들이 제도를 악용해 막대한 상속세 납부를 회피한다는 것이 야당 주장이지만 해당 중견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 범위 축소가 경영을 위축시키고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9일 박광온 김현미 등 더민주 의원 10명과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 등 총 11명이 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에는 기업상속공제 대상을 매출액 3000억원에서 매출액 2000억원 이하 기업으로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속세 공제율도 사업용 자산 전체(100%)에서 70%로 낮아지고 공제금액 한도 역시 기존 200억~500억원(경영 기간에 따라 차등)에서 100억~300억원으로 줄어든다. 대표 발의자인 박광온 의원은 “세수증가와 과세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 같은 법안을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가업상속공제란 최소 10년 이상 기업을 경영한 중소·중견기업 오너가 가업상속 목적으로 자식 등 상속인에게 기업을 물려줄 때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2007년 처음 도입됐으며 현 정부 들어 빠른 속도로 공제대상 범위와 한도가 늘어났다. 현행 제도 상 개인사업자는 사업용 자산(토지 공장 등)만큼 상속세 산정 대상 재산에서 제외되며, 법인사업자는 전체 자산 중 사업용 자산의 비율에 해당하는 주식에 대한 상속세를 공제받는다. 야당 발의 법안이 통과되면 매출액 2000억~3000억원 사이에 있는 기업들이 제외되며, 이들 기업의 상속세 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2000억~3000억원 사이에 해당되는 중견기업은 샘표식품, 코나아이 등 386개다. 조정일 코나아이 대표는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입법 취지 자체가 중소·중견기업이 승계 걱정하지 말고 회사를 키워서 고용을 창출하자는 것인데 그 범위를 축소하는 건 입법 취지에 역행한다”며 “성장해야 할 기업들
지난 5월 중견기업연구원과 법무법인 바른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감면세율도 낮추면 법인세 증가분이 감면한 세액보다 많게는 1조원 더 늘어나고 일자리도 최대 약 1만5000개 더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정순우 기자 /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