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명품에만 기대서는 더이상 신규 면세점 운영이 어렵게 됐다."
지난해 벌어진 1,2차 면세 대전에 이어 이번 '3차 전쟁'에 나선 한 면세점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만 해도 화장품과 드라마 등 한류에 기댄 콘텐츠와 명품 MD(상품구성)를 강조하던 면세 사업자들이 돌연 전략을 바꿨다. 면세점 대표들이 직접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며 의지를 다지는 동시에 롯데월드타워, 리조트스파, 센트럴시티, IT를 접목한 디지털 면세점 등 자사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웠다.
5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전일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권 신청 마감에는 롯데, SK, 신세계, 현대백화점, HDC신라 등 국내 내로라하는 유통 기업들이 총집합했다. 이에 오너들의 자존심이 걸린 만큼 각축전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두 차례의 면세업계 ‘쩐의 전쟁’을 치르면서 면세 사업자들이 더 영민해졌다. 지난해만 해도 6개에 불과하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현재 9개로 늘었고, 이번 신규 특허로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을 포함해 총 13개의 면세점이 서울에 자리잡게 되면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자 자체 콘텐츠를 강화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이는 스타와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한류가 여전히 강세이긴 하지만 콘텐츠별 생명력이 짧아지고 있고, 면세 매출을 주름잡는 화장품과 명품 브랜드의 콧대가 높아지면서 입점 조건과 매장 위치를 두고 면세점과 마찰을 빚는 등 생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자체 콘텐츠를 통한 자생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1위 면세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은 롯데월드타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전신인 잠실점 때부터 면세점과 강력한 시너지를 보여온 롯데월드와 패션 중심의 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이 지원군으로 나선다. 올해 말 123층의 롯데월드타워가 전면 개장하면 롯데의 주요 계열사들이 이곳으로 이전하는 만큼 롯데의 모든 유통·레저 역량이 집중된 '심장부'에 면세점 유치를 노리는 셈이다. 만약 월드타워점이 사업권을 획득하게 되면 기존에 롯데월드몰 애비뉴엘 7~8층에 있던 1만7542㎡(약 5300평)규모의 면세점이 롯데월드타워로 1만㎡가량 더 확장해 국내 최대 규모 시내면세점도 가능해진다.
SK네트웍스의 승부수는 리조트 스파다. SK네트웍스는 5년 동안 6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장의 인피니티 풀과 최고급 스파, 공원 전망대 등을 만들 계획이다. 워커힐호텔과 카지노, 외국인 전용 스크린 경마장이 이미 조성돼 있는 만큼 리조트 안에 머물면서 쇼핑과 레저를 즐기는 휴양이 가능하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한류가 인기를 끌면서 관광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국내 면세업계는 차별성 없는 모델로 쇼핑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고급 휴양지로 발을 돌리는 해외 관광객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워커힐호텔 리조트 스파(좌)와 신세계무역센터점 전경 |
신세계 역시 자사의 역량이 모인 센트럴시티를 신규 면세점 부지로 선정했다. 이곳은 호텔, 백화점, 영화관, 레스토랑 등이 밀집한 신세계의 복합생활문화공간인데다 서울지하철 3개 노선의 환승지로 고속버스터미널도 인접한 만큼 쇼핑과 관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중앙에 면세점이 들어서고 백화점과 파미에스테이션(식음료), 파미에스트리트(패션)이 자리한다.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만들기로 했다. 타사와 달리 현재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새로운 피'인 만큼 면세의 약점으로 꼽히는 '물류'에 수혈을 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면세 물류에 강한 일본 도시바와 시스템 운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인천에 보세물류창고도 확보했다.
이같은 변화에 면세 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올해 국내 면세 규모가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파동 이후 관광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제주를 제외하면 사실상 지역별 특화 콘텐츠가 부족한데다 쇼핑에 기반한 여행업은 환율 직격타를 맞기 쉬운 만큼 면세업에도 자체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지역사회나 중소·중소기업과 연계한 특별관을 확대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아쿠아플라넷, 여의도와의 시너지를 기대했던 신규 면세 사업자인 한화갤러리아와 여행사와의 협업을 계획한 하나투어,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전면에 내세웠던 두산이 콘텐츠 활용에 고전하고 있는데다, 이들은 모두 주요 명품 브랜드 유치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여전히 MD는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신규 면세 사업지는 교통이 편한 강남에 대부분 몰려있는데다 기존 유통채널에 추가로 들어가 상권 형성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다"면서 "얼마나 지속력 있는 자사 만의 콘텐츠를 갖고 있는지, 기본기를 갖춘 MD가 어느정도 이 콘텐츠에 뒷받침돼 줄 지가 주안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세관은 앞으로 10일동안 각 사업자의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입찰 자격 충족 여부와 내용 검증, 현장 실사 등에 들어간다. 관세청은 오는 12월까지 특허심사위원회를 구성해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2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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