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야심차게 준비해온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으며 이 분야에 진출한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화학업계 부동의 실적 1위였던 LG화학은 올해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롯데케미칼에 내줄 가능성이 크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사업에 집중해 최근 에틸렌 시황 강세의 수혜를 톡톡히 본 반면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와 바이오 사업에 대한 투자로 비용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LG화학의 지난 7년간 전기차 배터리 시장 투자가 성과를 내기도 전에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배터리팩 완제품을 만드는 경쟁력이 세계 최고라고 인정받고 있다”면서도 “원천 기술의 수준은 일본에 못 미치고,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개화도 해보지 못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선진국에 치이고 개발도상국에 쫓기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 배터리 산업의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제품가격은 정체된 데 반해 소재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오르고 있다. 또 다른 핵심 소재인 인조흑연의 가격도 올해 들어 45% 상승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들이 배터리 생산을 늘리면서 소재 가격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반면 완제품 가격은 공급 과잉으로 현재 가격을 유지하기도 버겁다.
여기에 트렌드도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LG화학이 주력으로 내세우는 배터리 형태는 크기를 줄인 파우치형이지만 전기차 업계의 트렌드는 원통형으로 쏠리고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호일 주머니에 배터리 내용물을 넣은 것으로 모양 디자인이 자유로운 게 장점이지만 가격이 비싼 게 단점이다.
현재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과 손잡고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한다. 미국 네바다주에 짓고 있는 초대형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에서도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기가팩토리가 완공되면 현재 세계 배터리 생산량을 모두 합한 것과 같은 양을 생산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 벤츠 등도 테슬라와 같은 형태의 전기차 콘셉트를 발표한 바 있다”며 “세계 완성차 업계는 부피를 줄인 파우치형 배터리가 아니라 원가가 싸고 생산 안정성이 높은 원통형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까는 방식으로 생산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LG화학에는 부정적 기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4분기에는 전지사업에서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화학은 소형전지, 중대형전지를 모두 포함한 전지사업에서 지난 3분기 14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편 LG화학과 달리 석유화학사업 투자에 집중한 롯데케미칼은 지난 3분기까지 1조810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LG화학이 GM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이듬해인 지난 2010년 말레이시아 타이탄을 인수하면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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