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미르·K스포츠 설립을 주도한 것은 잘못됐다.(응답 기업의 91%)”
국내 주요 그룹 10곳 중 9곳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금 출연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 자체를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신문이 최근 전경련 회원사 40대 그룹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경련의 대대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이번 조사는 자산기준 상위 40개 그룹을 대상으로 했으며, 34개 그룹이 응답했다.
무엇보다 전경련이 재계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정치권의 수금기구로 전락한 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그대로 묻어났다. 40대 그룹이 지금 전경련에 가장 시급한 조치로 ‘전경련의 역할 재규정 및 조직변화’(92%)를 꼽았을 정도다. 전경련에 대한 혁신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전경련의 모금 관행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38%가 각종 ‘갹출 사업’에 참여해온 구태를 이제는 버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 갹출을 해야하는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전경련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21%에 달했다. 재정적 부담 역시 위험 수준이었다. 40대 그룹중 94%가 사실상 준조세로 여겨지는 ‘갹출’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올해 초 편법지원 논란이 불거진 ‘어버이 연합’과 같은 정치성향이 분명한 이념 단체에 대한 지원 역시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버려야할 ‘구태’로 평가했다.
전경련 자체의 운영에 대한 불만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응답기업의 91%가 전경련의 사업과 예산 운영에 있어서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민간 사단법인인 전경련은 회계법인 감사만 받을 뿐 외부 관리·감독 등 견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입수한 지난해 전경련 결산자료에 따르면 274억원의 사회협력기금에 대한 설명이 단 3줄에 불과했다. 20대 그룹 한 임원은 “전경련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재계에서도 미스터리
이같은 불만을 반영하듯 응답자의 50%가 전경련을 탈퇴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경련 해체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2%가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대관업무에 있어서 전경련의 나름 역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재계의 복잡한 심경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기획취재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