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수출계약 해지와 늑장 공시, 임상 실패 등 잇따른 악재로 국내 제약업계 종사자들이 시련을 겪고 있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 제약사 연구소장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자 유한양행 연구·개발(R&D)을 이끄는 핵심인력이었던 남수연 연구소장이 최근 회사 측에 사표를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남 소장이 신약개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퇴행성 디스크치료제의 임상 2상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퇴행성 디스크치료제는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이후 임상시험에만 100억원 가량을 투입했지만 치료 효과는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 측은 “남 소장이 지난 8월부터 퇴사를 고민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신약개발 성과가 부진했던 것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소장은 연세대 의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세브란스병원 조교수로 재직한 의사 출신이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와 브리스틀마이어스(BMS) 등을 거쳐 2010년 유한양행에 입사한 후 신약 개발에 매진해왔다.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도 베링거인겔하임과 폐암신약 기술수출 계약 파기 관련 공시지연과 내부정보 유출에 책임을 지고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부사장의 직속으로 공시 및 회계업무를 담당했던 김 모 이사도 지난 달 31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다음
제약업계 관계자는 “위법 행위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겠지만 R&D나 기술 수출 등에 매진해야 할 임직원들의 사기까지 꺾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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