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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수도권의 한 시멘트 저장기지에 시멘트 철도차량들이 멈춰서 있다. [사진제공=한국시멘트협회] |
지난 9일 성북(광운대역) 시멘트 저장고(사일로) 현장에서 한 시멘트 업체 영업소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 그는 “우리 회사의 성북 사업장은 하루에 평균 2000t이 나가던 곳인데 이젠 300~500t 수준으로 떨어져 예년 출하량의 10%도 안되는 수준”이라며 “올해 12월 말까지 파업이 이어지면 성북 사업장에서만 1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지난 9월 27일 시작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조의 파업이 45일째로 접어들면서 시멘트뿐 아니라 레미콘업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10일 기준으로 철도노조 파업으로 시멘트 업계 피해가 417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시멘트의 철도 운송에 차질이 빚어진데 따른 미판매 손실액, 대체수송 운임 증가분 등을 합한 것이다. 전통적인 시멘트 성수기인 3~4분기 공급 물량을 제 때 소화하지 못하면서 업계가 입을 타격이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서울 강북지역과 경기 동북부에 시멘트를 공급하는 성북 사일로는 동양시멘트, 현대시멘트 등 수도권 시멘트 업체가 제품을 출하하는 곳이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각 업체마다 2만여t 규모의 사일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을 기점으로 성북뿐 아니라수색 덕소 팔당 등 기존의 수도권 철도역에 있는 사일로 재고는 ‘0’다.
재고가 바닥나면서 본지가 찾은 작업현장은 적막하기만 했다. 해당 사업장은 동시에 BCT 3대에 시멘트를 적재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지만 한참 작업을 할 시간인 오후 2~5시 동안 시멘트를 공급받은 BCT는 단 한대도 찾을 수 없었다. 9일 성북 사일로에서 만난 한 시멘트 업체 현장 관리자는 “지금 현재 들어온 건설현장 물량에 대해서 단 한 건의 주문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별 건설현장별로 상황을 고려해서 제한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서 “하루에 70대가 오던 BCT도 이제 10대 밖에 오지 않고 화물열차 대신 인천항으로 들어오는 해상 운송 물량을 성북까지 BCT로 옮기면서 매일 발생하는 추가 운송비용이 4200만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비용 문제를 떠나 해상운송에 따른 문제도 지적한다. 다른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이미 내륙에 시멘트 공장을 가진 7개사에서 생산량을 조정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단기적으로 해운에 의존한다 해도 겨울이 다가오면서 바다날씨가 안 좋아지고 인천항의 접안시설 용량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철도 파업 이전에는 내륙에 공장을 가진 시멘트사들이 철도로 물량을 보내면 수도권 사일로에서 레미콘 업체의 BCT가 이를 받아 각 레미콘 공장으로 옮겨왔다. 현재 내륙에 있는 사일로는 보관장소가 부족해 공장 가동을 줄이고, 수도권 사일로는 시멘트가 없어서 출하를 제한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실정이다.
레미콘 업계도 철도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면서 주택 건설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대형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철도파업을 시작할 당시 레미콘 재고율은 58%였지만 최근 30% 미만으로 급감했다”며 “이미 제한출하를 실시하고 있지만 곧 이마저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길어지는 철도파업이 건설경기를 냉각시켜 침체된 내수를 악화시킬 수 있지만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노사합의도 진전이 안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찬수 시멘트협회 차장은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시멘트 운송량의 40%를 차지하던 화물열차 운행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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