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복싱 전설’ 매니 파퀴아오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복싱 역사상 첫 8체급을 석권했으며 현역 필리핀 상원의원인 파퀴아오는 23일 방한을 앞두고 매일경제신문과 서면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그동안 응원해준 한국의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번 방한 때 팬들과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방한 소감을 밝혔다.
1978년 필리핀 남부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적 부모의 이혼으로 편모 슬하에서 자랐고 초등학교 6학년을 중퇴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고 ‘흙수저’ 의 비참했던 삶을 소개했다.
파퀴아오는 “우리 가족은 너무 가난해서 먹을 게 없어서 자주 저녁식사를 거른채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복싱은 먹고살기 위한 생계수단이었고 단 한번도 8체급을 석권한 세계챔피언이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맨주먹만으로 최정상을 재패한 그의 도전과 성공에 전세계 복싱팬들은 열광한다. 신장 169㎝에 불과한 동양인이 자신보다 10㎝ 이상 큰 서양선수들을 샌드백처럼 두들길 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경량급의 빠른 스피드와 중량급의 강한 펀치를 가진 그는 플라이급(체중 52kg) 챔피언이 된 이후 계속 체급을 올려 슈퍼웰터급(69.9kg)까지 정복했다. 프로 데뷔후 67경기중 59승을 거뒀지만 여섯차례 패배(2무승부)한 후에도 훌훌 털고 재도전하는 6전(戰)7기(起)의 자세에 박수를 보냈다. 복싱과 실패에 대한 철학도 소개했다. 파퀴아오는 “패배한 경기에서 더 많이 배웠고 이를 통해 ‘훈련은 혹독하게 하고, 시합은 가벼운 마음으로 치르자’는 내 나름의 복싱철학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시합에서의 패배를 도전으로 받아들이며 나 자신을 한단계 발전시킬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이를 통해 세계챔피언에 대한 꿈이 생겼고 집념과 열정으로 꿈을 계속 발전시켜왔다”고 덧붙였다.
파퀴아오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아이콘으로도 유명하다. 2013년 필리핀이 태풍으로 피해를 입었을 당시 피해지역을 찾아가서 이재민을 위로하고 당시 시합에서 받은 대전료 1800만달러(약 192억원) 전액을 이재민을 위해 기부했다. 그는 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지난달 링에 복귀할 때도 ‘자선활동하는 파퀴아오 재단에 돈을 넣기 위해서’라고 했다. 필리핀 하원의원을 거쳐 지난 6월부터 상원의원으로 활동중이다.상당수 필리핀 국민은 그가 다음번 대통령에 출마하면 찍겠다고 말한다.
파퀴아오의 방한 목적은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휴가를 한국에서 보내기 위해서다. 아내와 다섯명의 자녀를 비롯해 여동생 가족 등 일가 친인척 등 36명이 동행한다. MBN이 오는 24~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주관하는 자선기부콘서트에도 참석한다.
[김대영 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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