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주성주 씨(42)는 출퇴근길에 습관처럼 편의점에 들린다. 가장 큰 목적은 담배를 구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담배만 사는 것은 아니다. 주씨가 담배를 사서 편의점을 떠날때에는 항상 다른 손에 캔커피 ‘레쓰비’가 들려있다. 주씨는 “담배를 살때는 항상 캔커피를 같이 사는게 습관처럼 됐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도 ‘찰떡궁합’ 상품이 존재한다. 실과 바늘처럼 특정 상품을 구입할 때 함께 구매하는 ‘연관구매’ 상품이 있다는 뜻이다. 편의점이 현대인들의 생활속으로 깊이 파고든 만큼, 이 같은 연관구매 상품을 살펴보면 소비자들의 취향과 생활습관을 알아볼 수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편의점 매출 1위 품목인 담배와 가장 연관구매가 많은 상품은 캔커피 ‘레쓰비’로 조사됐다. 레쓰비가 편의점 판매 수위를 차지하는 것도 담배와의 연관구매가 많다는 게 어느 정도 반영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레쓰비는 가격이 저렴한데다 달콤 쌉싸름한 맛으로 담배의 텁텁함을 보완해주기 때문에 특히 남성 고객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맥주의 연관구매 상품은 소주였고, 소주의 연관구매 상품은 맥주였다. 세븐일레븐이 맥주와 함께 팔리는 상품을 분석한 결과 참이슬, 처음처럼, 좋은데이가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1~3위가 모두 소주상품이었던 셈이다. 소주와 함께 팔리는 상품은 카스(500㎖), 카스큐팩(1.6ℓ), 카스(355㎖) 등 카스 맥주가 1~3위에 올랐다. 역시 상위권은 모두 맥주 상품이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소주·맥주를 섞어먹는 음주방식이 연관구매에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콘돔과 함께 가장 많이 구매하는 상품을 분석해보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가 콘돔의 연관상품 1위로 꼽힌 것이다. 이어 진로 참이슬이 2위에, 광동제약 제주삼다수(500㎖)가 3위에 올랐다. 주류나 생수보다 바나나맛우유의 순위가 더 높은 것은 이색적인 부분이다. 뚜렷한 인과관계를 찾기는 어렵지만, 바나나맛 우유가 성별과 연령대에 관계없이 폭넓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인기를 끄는 도시락의 연관구매 상품은 또 다른 도시락이라는 사실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통상적으로 도시락의 연관구매 상품은 생수 혹은 라면을 떠올리기가 십상이다. 하지만 이같은 인식과 달리 도시락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종류의 도시락을 구매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는 직장인들이 식당을 방문하는 대신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직장 동료들이 함께 편의점을 방문해 도시락을 공동으로 구매하는 소비패턴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다만 익히 알려진대로 삼각김밥은 컵라면과 구매하는 빈도가 많았다. 야간시간대에는 도시락 연관구매 상품으로 주류의 순위가 급상승하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시락과 함께 가볍게 혼술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원두커피의 연관구매 상품은 얼음컵이었다. 세븐일레븐의 원두커피 브랜드 ‘세븐카페’는 얼음컵이 연관구매 순위 1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2~3위로는 담배, 토스트가 뒤를 이었다. 편의점업계 인기상품인 ‘PB요구르트 맛젤리’는 같은 요구르트 관련 상품과 함께 구매하는 경향이 있었다. ‘PB딸기 요구르트젤리’, ‘PB아이스요구르트’가 각각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각 상품에 따라 연관구매 패턴을 분석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구매패턴, 트렌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며 “이를 기초로 주요 상품의 진열, 판촉행사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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