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법 기본 틀에서도 해결 가능한 문제를 상법을 고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죠. 더구나 체계에 맞지 않는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수 있어요." (송종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 지키기 싫으면 기업하지 말라는 식의 입법이 이뤄진다면 필연적으로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김선정 동국대 법학교수)
정치권에서 입법을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을 놓고 학계에서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다. 국회는 2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다중대표소송과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전(前) 상법 학회장을 모아놓고 상법 개정안 쟁점을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는 상사법학회장을 역임했던 최완진 한국외국어대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와 송종준 충북대 교수, 김선정 동국대 교수가 참석했다.
이들은 "현재 국회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외국에서 입법례를 찾기도 힘든 희귀한 법안"이라며 "충분한 토의나 적용 대상인 기업의 공감대 없이 경솔하게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도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리 기업들이 해외 투기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에 실탄을 소진하게 되기 때문에 투자재원은 줄고 일자리 역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정 교수는 "상법 개정안에 담긴 소수주주의 감사위원 선임은 경영 투명성보다 경영 분쟁만 부추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지배구조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게 단지 소수주주가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외형적 틀을 갖춘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일본 도시바는 이사 5인 중 3인을 사외이사로 채워넣는 등 견제 틀이 겉보기에는 잘 갖춰졌지만 결과적으로 지난해 회계부정 사건이 터지며 구설수에 올랐다. 김 교수는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은 독립성보다 전문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중 대표소송제에 대한 날선 비판도 이어졌다. 송종준 교수는 "개정안에서는 모자(母子) 회사 등 결합기업을 다중 대표소송 적용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 결합기업을 모두 단일 경제 동일체라고 취급하는 것은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꼬집었다. 그는 "소송 남용을 막기 위해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의 엄격한 요건을 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 교수는 "미국에서는 완전 모자회사 관계에 있는 경우와 모회사와 자회사 이사회에 모두 제소청구를 하고 그 청구가 모두 거부된 후에만 제소할 수 있게 하는 등 엄격한 절차로 부작용을 방지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최준선 교수는 "집중투표제와 근로자 사외이사제가 도입되면 이들이 이사회를 장악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형식적인 이사회가 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파벌싸움과 함께 경영정보 유출까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완진 교수는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수주주를 대표하는 이사와 최대주주를 대표하는 이사가 공존하게 되기 때문에 이들이 서로 당파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 <용어 설명>
▷ 다중대표소송제·전자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지분 1% 이상 소유한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 불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 전자투표제는 인터넷 등 온라인 방식을 통해 주총 현장에 가지 않고 전자투표할수 있는 제도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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