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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쇄신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이준 부사장이 기자실에서 기자들에게 간단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재계에서는 삼성이 지주사 전환 등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등 떠밀리듯' 진행된 그룹 해체라는 실험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한 염려하고 있다. 삼성이라는 거대 함단이 컨트롤 타워없이 움직일 수 있겠냐는 것이다.
급한대로 미전실 본연의 목적인 신수종 사업 발굴은 향후 전자·생명·물산 등 3대 주력 계열사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차원의 신수종 사업은 없어지만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미래기술육성센터 등을 통해 미래 기술 육성은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종합기술원 등이 R&D를 통해 미래 기술을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M&A도 그룹 전체의 인수합병 등을 주도해온 미전실 전략팀 부재의 충격파가 크다. 개별 기업 이사회가 결정할 경우 역동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 삼성벤처투자 등을 통한 투자로는 현실적으로 대규모의 구조조정이나 글로벌 M&A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현금 동원이 가능한 삼성전자가 M&A의 주도권을 쥘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전실의 또다른 중요한 역할인 업무조정 역시 혼란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각각 다른 전략으로 TV와 디스플레이 패널을 생산하지만 그룹의 업무조정이나 경영진단 등에 따라 큰 그림이 정해져왔던 게 사실이다. 당장 중국 업체들이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장의 대형화로 추격해 오는 마당이다. 만약 투자 결정을 양사가 각각 이해관계를 따져 결정할 경우 시장의 상황을 오판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부품을 담당하는 DS 부문과 세트를 담당하는 영상사업부(VD),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 등이 나눠져 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에 있어 이를 조율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권오현 부회장이 DS와 디스플레이를 겸직하고 있고, 윤부근 사장이 가전부문을, 신종균 사장이 IM부문을 이끌고 있는데 각자 대표체제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재계에선 삼성의 실험에 대한 염려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부작용도 있지만 순기능도 있는 조직을 무작정 없애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스럽다"고 설명했다. 10대그룹사 한 사장은 "각 계열사별로 투자·채용을 독자적으로 진행하다보면 중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지주사 전환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인 부분들을 주요 의사결정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정호 연세대학교 특임교수는 "'삼성'이라고 하는 단일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나 투자자들이 느끼는 매력도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전실 해체를 주장
[이동인 기자 / 문지웅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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