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수리비를 둘러싸고 손해보험사와 정비업체간 갈등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는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말부터 제주지역 자동차정비사업자들이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자동차정비 수리비 청구 투쟁을 시작한 데 이어 다른 지역도 곧 동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원식 연합회장은 "손해보험사가 자동차 보험수리비를 일방적으로 산정해 지급함에 따라 정비업체들은 정당한 정비수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정비품질이 떨어져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자동차 사고가 발생해 소비자가 정비업체에 수리를 맡기면 손보사에 고용된 손해사정인이 보험수리비를 산정한다. 이 때문에 인건비나 물가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낮은 수리비를 책정해 정비업체에 돈을 지급하고 있다.
전 회장은 "삼성화재를 비롯한 손보사들은 지난해 약 2조5000여억원의 막대한 흑자를 냈지만, 정비업체들은 손보사 갑질에 파산 위기에 처한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자동차정비업계는 극심한 경영난으로 직원 임금조차 지급하지 못하고 있고 부도·양도양수 업체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로 고발된 정비사업자가 548개 업체(전체의 10%)로 통계에 잡히지 않은 실질 체불업체까지 감안하면 1000여개에 달할 정도다.
이에 제주지역 자동차 정비업계는 '손보사 갑질'을 시정하기 위해 지난해말부터 손보사에 고용된 손해사정인이 아닌, 독립된 손해사정인에게 보험수리비 산정을 맡기도록 소비자에게 권하는 방식으로 '수리비 청구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손보사들은 자신들에게 고용된 손해사정인을 통하지 않을 경우 보험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벌이는 경우도 있
전 회장은 "정비업체는 보험수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해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데, 손보사는 실적호조로 직원들이 수천만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며 "정당한 보험수리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전국 정비업체들이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찬동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