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은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이 아니다. 이 때문에 화장품법 및 대법원 판례는 화장품에는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할 수 없도록 했고, 질병에 관한 표현 역시 금지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아토피, 여드름, 탈모 등의 질병 이름과 그에 대한 효과를 표시한 화장품을 허용하도록 하는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이를 5월 30일자로 강행할 것으로 알려져 학술단체 및 시민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한피부과의사회를 비롯한 대한피부과학회, 대한모발학회,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대한여드름학회, 대한화장품의학회는 "식약처가 추진하는 화장품법 시행규칙이 강행될 경우, 일반 소비자인 국민은 질병이름을 표시한 화장품이 해당 질병에 의학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오인해 화장품에 의존함으로써 치료시기를 놓쳐 질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치료시기의 장기화 및 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회는 이어 "질병 이름과 의학적 효과를 표시한 화장품은 해당 질병에 효능을 가진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명목 하에 고가로 책정되어 소비자인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며, 국민의 가중된 경제적 부담은 결국 관련 업체의 이익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화장품법 시행규칙 개정과 관련한 의견조회 절차에서 화장품법 시행규칙의 문제점을 반복해서 지적했지만 식약처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불통의 자세를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19대 국회인 2014년 10월에도 동일 사안에 대해 정부안으로 화장품법 개정을 추진한 바 있지만 여·야 모두로부터 화장품 업체를 대변한다는 부정적인 우려와 질타를 받으며 저지된 바 있다. 또한 식약처는 2012년 9월 발행한 소비자 교육자료를 통해서도 화장품에는 의학적 효능·효과 등이 있는 표현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아토피, 여드름 등의 질병이 포함된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고 스스로 확인한 바 있다.
대한피부과학회는 "식약처는 국회의 우려를 무력화시키면서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개정이 가능한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이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하면서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식약처가 불통의 자세로 일관하면서 모법인 화장품법에 반하고, 판례에 위반되며, 식약처 스스로 공언한 소비자 교육자료 내용과도 모순되는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강행하는 것은 식약처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최선을 다할 의지가
이와 관련해 전문가단체인 대한피부과학회, 대한모발학회,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대한여드름학회, 대한화장품의학회, 대한피부과의사회는 회원 634명이 서명한 공익감사를 신청하고 화장품법 시행규칙의 부당성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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