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두 달 연속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반 토막 난 데 이어 4월에는 상황이 더 악화하면서 3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 4월 중국에서 5만1059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14만6378대)과 비교해 65.1% 감소했다. 현대차는 3만5009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9만6022대)보다 63.6% 줄었고, 기아차는 1만6050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5만156대)보다 68.0%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판매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던 지난 2009년 2월(4만2514대) 이후 8년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3월 현대차는 중국에서 5만6026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44.3% 감소했다. 4월에는 감소율이 19.3%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기아차는 지난 3월 1만6006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68.0% 급감했고 4월에도 같은 감소율을 보였다.
이로써 올해 1~4월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는 32만44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7.1% 줄었다. 현대차는 23만1128대를 판매해 28.9% 줄었고 기아차는 9만3282대를 판매해 51.0% 감소했다.
이 같은 판매 급감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중국 내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불매 분위기가 확산한 가운데 중국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반한(反韓) 정서로 한국차 구매를 꺼리고 있다. 일부 경쟁 업체들은 여전히 악의적인 사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려되는 점은 앞으로도 사드 보복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은 현대기아차로서는 국내외를 통틀어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보복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회사가 받는 타격이 매우 크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글로벌 판매량의 23.5%, 21.5%에 해당하는 114만2016대, 65만6대를 각각 판매했다.
현대기아차는 사드 문제가 개별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점에 답답해하면서 일단 신차 출시를 통해 위기를 돌파해나갈 방침이다. 현대차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 때 중국 시장 대책을 묻는 질문에 "중국 시장에 전용 신차 3개를 비롯해 주요 차종의 상품성개선모델을 투입할 것"이라며 "위에동 전기차 출시 등 다양한 신차 이벤트를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에 소형 승용 전략 모델과 준중형 SUV '신형 ix35'를 출시하기로 했다.
또 중국 현지 상황에 적합한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품질 관련 지표를 향상해 중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구축해나갈 방침이다. 기아차 한천수 재경본부장(부사장)도 최근 1분기 실적발표 때 사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정치적 이슈로 개별 기업이 통제할 사안이 아니어서 단기 해결이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하면서 "무리한 생산 판매 확대
기아차는 중국 전략형 중형급 SUV 'KX7'와 상하이모터쇼에서 최근 공개한 'K2 크로스'로 중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SUV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하반기에는 소형 승용 '페가스'를 출시해 판매 반전을 노릴 계획이다.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