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지금도 월 320만원 가량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월평균 1인당 인건비가 400만원을 넘어 사업을 접어야 할 지도 모릅니다."
기능성 섬유전문 중소업체인 A사 대표는 23일 "비정규직들을 일시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인건비 부담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인건비가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중소기업 입장에서 사업여건 악화가 불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특히 섬유산업의 경우 이미 높은 국내 인건비로 인해 많은 공장이 동남아로 옮겨간 상황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갑자기 의무화될 경우 그나마 국내에 남아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중소업체마저 외국으로 쫓는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B제조업체는 단기간 내 정책을 밀어붙일 때 타격을 걱정하고 있다. B사 대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엔 동의하지만 연착륙할 수 있는 기간이 중소기업들엔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완벽하게 자리를 잡기 전까지 중간과정으로 비정규직 노동을 허용한 것인데 급하게 정규직 전환을 시도하면 기업경영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5년 이상 긴 기간을 두고 천천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스마트공장 도입 등을 통해 이미 비정규직이 적은 곳은 타격을 받지 않고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룸 제조업체인 C사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스마트공장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비정규직 비율이 낮다"며 "스마트공장 도입 이후 기존 인력을 해고하지 않고 새 직종으로 전환하도록 사내교육을 강화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위기감은 전반적으로 증폭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 차원의 대응책 마련도 분주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오는 6월 22일부터 제주에서 열리는 '중기 리더스포럼'에서 비정규직 문제와 관한 안건을 논의키로 했다. 중소기업 사장단 600여명이 모여 현안으로 부상한 비정규직 문제를 토론하고 정부에 건의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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