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서로 등을 돌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화해를 위한 만남을 가졌다. 지난 2015년 7월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이후 2년만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동생인 신 회장과 형인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배석자 없이 만나 1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대화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두 형제가 화해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이번 만남에서 특별히 합의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형제간 화해를 위한 물꼬를 트기는 했지만 당장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번 형제간 만남의 배경에는 어머니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가 있었다. 이번 만남에서 두 사람은 뚜렷한 성과를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어머니의 화해 권고로 인해 극단으로 치닫던 형제간 갈등이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따라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만남이 형제간 대립국면을 종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화해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대화가 계속 이어지면 성과가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 회장도 회동 뒤 주변 사람들에게 "롯데그룹을 걱정하시는 이해 관계자분들의 염려를 덜어드리기 위해 가족문제 해결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형제의 어머니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이런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갈등모드'에서 '화해모드'로 완전히 전환하려면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우선 신 전 부회장은 현재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 롯데그룹의 지주사전환 시도에 제동을 걸고 나선 상태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롯데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합병비율이 신 회장에게 유리하게 산정됐다는 이유를 들어 분할합병절차를 개시한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에 대해 '주주총회 결의금지 등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신동빈 회장 측이 장악한 일본 롯데홀딩스가 주주총회를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을 70여년만에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당시 신 전 부회장 측은 "70년 기업의 창업자는 본인의 의사와 다르게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맞게 된 것"이라며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명예를 반드시 회복시키겠다"고 반발했다.
이처럼 양측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사안들이 많은 만큼 2년간 지속된 형제간 경영권 갈등이 당장 완전히 봉합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객관적인 상황만 놓고 볼때 신동빈 회장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신 회장의 통 큰 양보가 있으면 의외로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대법원이 지난달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한정후견인을 지정하면서 신 총괄회장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신동주 측 진영의 명분과 추진동력에 크게 상처나 난 상태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확산되고 있는 재벌개혁 분위기가 형제간 화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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