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년 동안 당뇨약을 먹으면서 혈당조절을 위해 끼니 마다 현미와 콩을 한수저 정도만 먹으면서 살아온 임영화씨(65)의 혈당은 늘 200~300mg/dl 이었다. 이렇게 살다보니 체중이 35kg까지 빠지게 되었다. 혈당유지를 위한 노력은 결국 저체중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마음에 영정사진까지 찍어놓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을 때 시작한 인슐린펌프 치료가 임씨의 인생을 다시 살게 했다.
인슐린펌프 치료 일주일 후, 정상인과 똑같은 식단을 먹으면서도 정상혈당을 유지할 수 있었고 체중이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입원 당시 37kg이었던 체중이 39kg으로 늘었다. 무엇보다 행복한 것은 마음대로 양껏 먹을 수 있는 기쁨이었다.
임씨처럼 혈당조절이 잘 안되는 제 2형 당뇨에도 인슐린펌프 치료가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건국대병원 당뇨센터 최수봉, 홍은실 교수 연구팀은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제 77차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시험군 71명, 대조군 79명, 전체 150명을 대상으로 2014년 3월에서 2015년 3월까지 시험군 71명을 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췌장베타세포기능이 대조군에 비해 시험군이 향상됐다. 인슐린펌프 치료가 췌장의 베타세포기능을 강화시킨 것이다. 반면에 대조군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발표한 것이다.
최 교수는 "현대 당뇨치료가 보통 혈당 정상화에만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포도당의 원인이 되는 음식섭취를 줄이거나 췌장 인슐린 분비세포를 자극하는 먹는 약을 처방하는 현재의 방법으로는 당뇨치료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당뇨약제에 관한 부작용 사례가 보고 되고 FDA에서도 조치를 취한 것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최수봉 교수는 "인슐린펌프 치료는 음식을 잘 먹으면서 혈당도 정상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식사를 제한해야 하는 일반치료와는 다르다"며 "당뇨 원인을 치료하기 때문에 췌장의 기능을 회복시켜 당뇨병 완치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당뇨병 유병기간이 짧을수록, 인슐린펌프 치료 중 혈당조절을 정상에 가깝게 할수록 잘 회복됐다고 최 교수는 덧붙였다.
최 교수는 4월과 5월에 있었던 중국서부당뇨병학회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